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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교회 신축, 대형교회 논쟁 다시 불붙여

venhuh 2010. 1. 9. 08:22

한 나라에는 대통령도 있고, 거지도 있지만.. 둘다 욕먹는건 마찬가지다. 정치인도 욕먹지만,
정치가 문제가 아니라 그 정치를 운용하는 사람의 문제이듯이..
늘 반복되는 기독교의 폐혜점. 이 역시, 종교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라는 생각을 해 본다.

서초동 2100억·12층 규모…공개포럼 열려 토론
“외부 논란은 분수 넘어”- “무한성장 광풍” 찬반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는 세계 최대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나 영락교회 등과 다른 또 하나의 상징이었다. 등록교인 8만명, 출석교인 4만5천명으로, 명성교회 등과 함께 강남의 대표적인 대형교회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지만 그 이미지가 주는 상징성은 규모와 다른 크기를 느끼게 했다. 
 
설립자 옥한흠 목사(71)가 시작한 제자훈련과 세습 논란 없는 담임 승계, 현 오정현 담임목사(53)의 젊은 목회 등으로 젊은이들이 몰려드는 독특한 교회로 자리매김했다. 옥 목사가 지난 2007년 ‘한국교회부흥100주년 기념대회’에서 설교를 맡고, 오 목사가 지난 4월 ‘한국교회부활절 연합예배’의 주설교를 맡은 데서도 사랑의교회의 위상을 엿볼 수 있다.

발제자 6명 방청객 160명 등 예정시간 넘겨 열띤 토론
 
그 사랑의교회가 현 강남역 인근 교회에서 2km 떨어진 서초역 부근 대법원 맞은편 2278평의 땅에 지상 12층 규모의 초대형 교회를 신축하기로 했다. 땅값 1174억원을 포함해 2100억원이 소요될 예정이다. 내년 3월 첫 삽을 떠 2012년 완공 목표다. 지난 5월 부지매입을 결정했고, 지난달엔 신도들이 건축헌금을 내겠다고 약속하는 약정서를 냈다. 1300여억원이다. 수많은 중소형교회는 꿈도 꿀 수 없는 대역사가 사랑의교회이기에 순식간에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신화 찬가’가 불릴 법한 이 건축이 한국교회의 최대 논쟁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2일 저녁 서울 종로5가 기독교회관에선 이진오 전도사(부천예인교회) 등의 주도로 ‘사랑의교회 건축,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한 공개포럼이 열렸다. 6명의 발제자와 160여명의 방청객들이 예정시간 한 시간을 훌쩍 넘어 3시간 반 동안 뜨거운 토론을 벌였다.
 
실제 사랑의교회는 밀려오는 신자들로 인해 공간이 부족하다. 이날 포럼쪽의 요청에 응하지 않고 불참했던 사랑의교회 행정담당 김은수 목사는 “교회가 너무 협소해 부속예배실들이 흩어져 있고, 교회 내 단체들이 인근빌딩들에 입주함으로써 임대료로 소비되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 5~6년 전부터 대안을 찾아오다 (교회 건축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신축이 무슨 문제라는 말인가. 논쟁의 핵은 결국 한국교회의 문제로 모아진다. 대형서점에 의해 골목길 서점들이 사라지고, 대형할인점의 등장으로 구멍가게와 동네슈퍼가 고사한 것처럼 대형교회들이 중소형교회들을 고사시키면서 개교회의 무한성장만을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님 나라 확장 논리는 저급한 시장경제 예속”
 
Untitled-1 copy.jpg<메가처치 논박>이라는 초대형교회 비판 서적의 저자이기도 한 신광은 목사는 한국교회들에 불고 있는 무한성장의 광풍을 경계했다. 한국교회 전체의 부흥이 아닌 개교회의 ‘성공’과 ‘성장’  매몰 현상은 개교회주의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문화와설교’연구원 신동식 목사는 “샛강이 죽으면 결국 큰강도 죽는다”고 경고했다.
 
청어람아카데미 양희송 실장은 “큰 교회가 된 것이 잘못이냐고 생각한다면, 대형마트 경영자만큼의 사회적 고민도 안 한다는 말”이라며 “기업도 요즘은 ‘기업의 존재 목적은 이윤창출’이라는 이야기는 낯뜨거워서 안 하고, 사회적 책임을 말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운운하는 시대에 교회의 ‘하나님 나라 확장’논리는 아직도 저급한 시장경제의 가장 하위 버전에 예속되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영익목사(사랑의교회 건축대책지역교회협의회 사무총장)는 사랑의교회 강남역 부근의 현 교회를 그대로 유지한 채 교통의 요충지인 서초역 옆에 초대형교회를 짓는 것은 현 교인들을 수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폭발적 성장과 확장을 목표로 한 마케팅 건축이라고 주장했다. 황 목사는 “현재의 출석교인들 역시 대다수 복음전도를 통한 회심교인이 아니라 타교회 교인들을 흡수한 교인들”이라며 “이는 대형교회로의 수평이동은 한국교회 전체의 구조와 지각에 영향을 주는 문어발식 흡수성장이므로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 서경석 목사도 "사랑의교회의 결정은 단순한 한 교회의 결정이 아니다"며 사랑의교회가 성전 건축보다는 한국교회의 방향 제시를 위해 더 고민해 주었으면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외부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분수 넘은 태도”
 
그러나 대형교회는 사랑의교회쪽의 손을 들어주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 이영훈 목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교회가 자체적인 결정에 의해서 한 것이고, 이미 건축헌금까지 모았는데 하지 말라면 되겠느냐"면서 "못하게 하는 것보다 건축을 해 더 나은 활동을 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한기총과 함께 보수적 입장을 견지해온 한국교회언론회도 "교회가 구성원들의 자의에 의한 결정과 자비를 들여 진행하는 것인데, 이를 두고 외부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분수를 넘은 태도라고 본다"고 밝혔다.
 
사랑의교회는 오는 1월초 오정현 담임목사가 직접 나서서 교회 신축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교회는 어디로 갈 것인가. 사랑의교회 건축문제는 바벨탑처럼 크기와 성장, 성공 신화에 매몰된 한국교회가 한 단계 더 성숙해지는 논쟁으로 발전하고 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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