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에서 서울로 전학 오기 전에 중학교 2학년을 같이 댕겼던 친구를 수십년 만에 만났다. 또 다른 늙은 친구의 결혼식에 초대받아서 간 자리였다. 놀랍게도 첫 결혼이었다. 더 놀랍게도 신부가 일곱 살이나 연상이었다. 나 같은 속물로선 도무지 가늠이 되지 않는 시추에이션이었다. 새신랑은 머리가 반쯤 빠졌으나 새신부는 고왔다. 친구는 고등학교 수학 선생이고 신부는 명예퇴직한 음악 선생님이라고 했다. 뭐 어쨌든 내 눈엔 참, 귀엽고 예쁜 커플이었다. 수십년 만에 만난 친구는 아우라가 심상치 않았다. 한눈에 보기에도 도인의 풍모가 자자했다. 전성기 때의 장발 이외수 같았다. 생각해보니 그의 중학교 때 별명이 "돌부처"였다. 하루종일 화장실 한 번을 안 가고 자리를 지켰다. 교과서를 늘 앞에 펼쳐두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