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에서 서울로 전학 오기 전에 중학교 2학년을 같이 댕겼던 친구를 수십년 만에 만났다. 또 다른 늙은 친구의 결혼식에
초대받아서 간 자리였다. 놀랍게도 첫 결혼이었다. 더 놀랍게도 신부가 일곱 살이나 연상이었다. 나 같은 속물로선 도무지 가늠이 되지 않는 시추에이션이었다. 새신랑은 머리가 반쯤 빠졌으나 새신부는 고왔다. 친구는 고등학교 수학 선생이고 신부는 명예퇴직한 음악 선생님이라고 했다. 뭐 어쨌든 내 눈엔 참, 귀엽고 예쁜 커플이었다.
수십년 만에 만난 친구는 아우라가 심상치 않았다. 한눈에 보기에도 도인의 풍모가 자자했다. 전성기 때의 장발 이외수 같았다. 생각해보니 그의 중학교 때 별명이 "돌부처"였다. 하루종일 화장실 한 번을 안 가고 자리를 지켰다. 교과서를 늘 앞에 펼쳐두고 있었다. 성적은 늘 전교에서 꼴찌였다. 햇빛을 못 봐서 얼굴빛이 치자꽃 같았다.
아이고~ 이 친구야, 살아있었구먼. 그래 요즘 어찌 사시는가.
서울로 온 후 완전히 잊고 산 세월이 미안해서 나는 더 과장된 몸짓으로 그에게 알은 체를 했다. 그는 한 2초쯤 멀뚱멀뚱 나를 바라보더니... 자네는 간이 머리를 쳐서 총기를 다 잃었군. 영성을 잃었어... 이러는 거였다. 이거 뭐지? 내가 뭘 설명한 적도 없는데 대뜸 술에 절여져 있는 이력을 좔좔 읊기 시작했다. 소년음주, 상습음주...
친구는 소백산과 태백산을 옮겨다니며 수십년째 도를 닦고 있다고 했다. 나는 급 호기심이 일어서 그에게 이것저것을 마구 물어보았으나 제 할 말만 할뿐 내 질문엔 거의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고보니까 그날 하객으로 온 친구들 전언에 의하면 아무도 그날 결혼식을 알리지 않았는데 태백산에서 "그냥" 알고서 찾아왔다는 것이었다. 이걸 믿어야 해, 말아야 해.
내가 오늘 너를 만날 줄 알았다.
점점 더 전설따라 삼천리 같은 대사가 시전되었다. 친구의 말에 의하면 나는 지금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는 것이었다. 육체적 생사 뿐 아니라 영혼의 생사 또한 기로에 서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품안에서 웬 부적 같은 걸 하나 꺼내 주었다. 나를 만날 것을 미리 알고서 소백산에서 49일, 태백산에서 49일 기도해서 만든 부적이라는 것이었다. 이걸 간직하고 있다가 자신이 곧 무엇인가를 내게 보내줄 테니 불에 태워 그것에 섞어 마시라는 것이었다.
방금 전에 친구가 보낸 그 "무엇"이 택배로 도착했다. 제법 묵직한 보퉁이를 풀고나자 향기로운 항아리 위에 이런 메모가 얹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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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백산 토종꿀> 30만원, 농협 xxx-xxx-xxx, 박대O"
시바,
// 친구에게 받은 카톡 읽다가 뿜었던... 글쓴이가 페북에서 활동하시는 무슨 작가라고 하던데, 까먹었어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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