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구상
신문법 폐지… MBC 단계적 민영화
신문·방송 겸영(兼營) 규제 완화로 21세기 변화에 대응하는 언론환경을 마련하고, 위헌 조항이 든 신문법을 없애는 대신 대체 입법을 하는 등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미디어 구상'이 윤곽을 나타내고 있다. 언론정책을 총괄하는 문화관광부도 7일, 단계적 실천방안을 대통령직 인수위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와 문화부는 8일 업무보고에서 구체적 논의를 할 예정이다.
◆신문·방송 겸영 허용 의지 확고
신문·방송 겸영 금지는 2006년 6월 헌법재판소에서 합헌으로 결론났지만, 줄곧 새로운 언론환경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당선자도 "매체 간 교차 소유는 기본적으로 허용해야 한다", "방송과 통신이 융합하는 것처럼 신문과 방송을 구분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면서 이를 고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선진국에서 신문·방송 겸영이 허용되면서 복합 산업체로의 발전과 함께 전체 미디어 시장의 안정화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신문산업의 위기를 극복할 수도 있다는 것이 이 당선자측의 판단이라고 한다. 문화부도 7일 인수위에 올해 내 의견수렴을 거쳐 완화 기준을 내놓겠다고 보고했다.
◆신문법은 새 법 만들기로
'신문법 폐지'는 이 당선자의 공약이었다. 이날 문화부도 이를 받아들이는 보고서를 만들었다. 올해 안에 대체입법안을 마련해 각계 의견을 수립하고, 입법절차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신문법은 이미 헌재에서도 2개 조항 위헌, 1개 조항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다. 1개사의 시장점유율이 30%를 넘거나, 3개사를 합쳐 60%가 넘는 신문사를 시장지배사업자로 규정(17조), 시장지배사업자에 대한 신문기금 지원배제(제34조 2항) 등이다. 그러나 신문사의 경영자료 제출 의무(16조) 등 다른 조항도 문제가 심각해 언론학계에선 "위헌 조항만 삭제하는 것보다 아예 새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돼왔다.
◆1개 공영방송으로 재편 가능성
이 당선자측은 방송산업구도의 세계적 추세를 '1공영 다(多)민영'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영국 BBC, 일본 NHK 등은 유일한 공영방송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KBS, MBC, EBS 등 공영방송이 다수다. 이 당선자측은 "디지털 방송 추세는 기존의 독과점, 중앙집권적 방송시장 구조를 경쟁적인 방송시장 체제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KBS2를 KBS에서 분리하고 MBC의 단계적 민영화 추진 등을 방송산업 구조개편과 연계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할 시점이라고 본다"고 했다. 그러나 KBS에 대해선 "민영화 논리보다는 다른 공영 및 국책방송과의 통합을 통한 체제 개편에 초점을 둬 공영방영으로 존속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신문유통 지원
이 당선자측은 현재 조선일보 등 '메이저' 언론사들의 불참으로 참여율이 저조한 공동배달제의 활성화를 위해 메이저 신문사 배달 취약 지역에 공동배달 센터를 먼저 개설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 중이다. 그러면서도 이를 신문사 자율운영 기구로 해 정부의 지나친 개입을 막을 구상이라고 한다. 이미 문화부에서도 이런 방안을 인수위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안에서 문화부는 신문지원의 효율성을 위해 기존 신문 유통원, 신문발전연구원, 언론재단 등을 통합해서 운영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이밖에도 이 당선자측은 '21세기 미디어위원회'를 6개월간 한시적으로 운영해 통합적인 미디어 정책안을 수립할 계획도 세웠다고 한다.
[김봉기 기자 knight@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