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스토리/과거로의 여행

새벽 여행...

venhuh 2021. 4. 8. 03:26

새벽에 듣는 음악은 늘 준의 가슴을 적시고 있다.
술잔이 비워질 수록. 더욱 독해지는 추억의 취기에 눈빛이 흔들리며..


어제는 2021년 4월의 어느날이었고, 늘 그러했듯 평범했던 일상, 반복되는 하루를 살아왔다. 그 이전의 날, 숯한 나날들도 그렇게...

지금은.. 테이블위의 소주병과 담배와 음악이 섞여져 술에 쪄든 시 시대와 함께 쓰러지고 있는 중이다.

이제 버튼을 누를 때가 되었고
이 버튼을 누르려 손을 들어 테이블위에 놓여있는 곳을 향해.. 다시 과거로의 여행길을 떠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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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4월. 어느 봄날이었다. 고등학생의 준은 버스정거장에서 내려 학교를 향해 나무와 풀밭이 이어진 오솔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그 길은 학교 정문에서 서너정거장을 지나 내려 후문쪽에 있는 인적이 드문 곳이다. 등굣길에 비가 내리면 늘 그 후문 오솔길, 빗소리를 느끼며...

그런데, 어느부터인지 모르겠지만.. 그 혼자만의 빗속 우산을 쓰며 걷는 오솔길에, 한 여자아이가 준의 뒤를 따라 걷는 여학생이 있었다는걸 알게 되었다. 버스에서 내리고 걷는 준의 한참 뒤 멀치감치 따라오는, 준과 같은 학교 교복을 입고 있는..

그렇게 그 아이와의 알 수 없는 동행?은 그 다음해 2학년이 되고서도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날도 아침 8시가 조금 넘은 시간. 정문에서 일제히 버스에서 내리는 학생들을 버스창에서 지켜보며 차창밖에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시 버스는 출발하고..


학교후문에 버스가 멈춰서고, 우산을 펼친 준은 다시 그 비와 빗소리를 만끽하며 학교 후문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이어폰에서는 당시 비가 내리면 늘 듣는 음악이 빗소리와 섞이며 귀와 가슴을 적셔내려가고 있었다.

시골길 한적한 오솔길에 접어들 무렵, 우산에 두둑거리며 들려오는 빗소리. 그리고 그 음악소리.. 문득 준은 걸음을 멈춰섰다. 혹시.. 하며 뒤를 돌아봤다.

역시.. 그 여자아이가 우산을 쓴채 준의 한참 뒤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준은. 기분이 좋았다. 그냥 혼자 걷는 그 음악과도 같은 빗길, 빗소리에 행복에 빠지고 있던 중이었는데.. 말 한마디 나누지도 않았지만, 그 비와 빗소리에 정말 어울리는 음악을, 그 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이었다.


준이 걸음을 멈춰세운채 뒤를 돌아보니, 놀란 그 아이는 잠시 걸음을 멈칫하더니 이내 아무렇지도 않게 준의 곁을 지나며 학교 후문을 향해 걷는다.

"저기..요.. "

준의 목소리에 그 아이가 깜짝 놀란듯 "네!"하며 뒤를 돌아본다.

준은 고등학교에서 인기투표에서 늘 상위권에 있을 정도로 준수한 외모? 를 지녔기에 여학생들에게 꽤 인기가 높은 남학생이었다. 준도 그 사실을 알기는 했지만 워낙 순진하고 순수한 소년이었기에, 감히 학생이 여학생과의 교재는 그냥 상상속으로만 그리던 아이였다.

그런 준이.. 처음으로 여학생에게 먼저 말을 건네는 일이 생긴거였다. 그낭 그 빗줄기, 비, 음악이 주는 행복을 혼자 느끼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두달전 발렌타인데이에 여학생들로부터 쵸콜렛 선물을 받았을 때에도, 후속조치를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서 그냥 그렇게 지나가서 후회만 했던 준이, 처음으로 여자아이에게 먼저 말을 건 것이었다.


얼마 뒤. 등굣길에 비가 내리면 마치 약속이라도 하고 만나는듯. 그 오솔길에서의 데이트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그때 그 아이를 불러 멈춰세운채 그녀에게
처음 건넨 말은.. 그 노래의 제목이었다.


"저기, 혹시.. 봄비를 좋아하세요?"


"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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