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을 비롯해 주요 사이트 세 곳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장지배적사업자로서 지배력 남용과 불공정거래행위에 관한 조사를 받았다. 콘텐츠 업계가 ‘울트라 슈퍼 갑’이라 부르는 네이버가 어떻게 제재될지, 영화계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다.
“대한민국은 네이버 공화국”이라고들 말한다. 한국 검색 광고 시장의 50~60%를 장악하고 있는 네이버의 하루 페이지뷰는 1억5천 회. 광고, 홍보계에서는 이미 가장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 사이트로 인정받고 있다. ‘네이버 1보가 아침을 연다’는 말이 있다. 전통적으로 영향력 1위를 고수해온 주요 일간지를 뛰어넘는 강력한 매체력을 지녔음을 시사하는 말이다. “모든 뉴스는 네이버로 통한다”는 말도 있다. 어떤 이슈가 사람들에게 회자되기 위해선, 네이버라는 문을 거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을 비꼰 말이다.
그런 네이버가 ‘불공정거래 행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최근 NHN, 다음커뮤니케이션, SK커뮤니케이션즈 등 3개 주요 포털 사이트들에 대한 불공정거래행위, 시장지배적사업자로서 지배력 남용 등에 관한 혐의를 포착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세간의 관심은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이 이번 공정위 조사를 통해 ‘양면시장 이론’을 적용한 시장지배적사업자로 ‘찍힐’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다. ‘양면시장’이란 지원 영역과 수익 영역이 별도로 존재하는 시장, 즉 이용자에게 뉴스와 메일 등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돈은 광고주에게 받는 것을 뜻한다.
영화계를 비롯한 콘텐츠 업계에서도 공정위의 이번 조사가 큰 관심거리다. 산업 규모가 상대적으로 열세한 콘텐츠 업계, 특히 영화계 쪽에선 네이버가 ‘울트라 슈퍼 갑’으로 통한다. 영화시장의 전체 산업 규모는 네이버의 1년 매출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영화 한 편을 개봉할 때마다 네이버 광고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네이버 광고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매체를 통틀어봤자 그만큼의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 영화홍보사 직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즉, 영화계는 돈을 주고 배너를 사는 광고주이지만 계약 관계상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는 ‘갑’의 위치는 오히려 네이버 쪽이다. 영화는 산업 규모가 훨씬 큰 전자제품, 음료, 통신 등과 항상 배너 광고 쟁탈전을 치러야 하고 대통령 선거 같은 특수 상황에서는 여지없이 밀리기 일쑤다. 네이버 의존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따라서 부작용도 심해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영화사 홍보 담당자는 “네이버 편중 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은 업계 전반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울며 겨자 먹기라도 네이버를 통하지 않으면 영화 인지도 확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부분의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네이버 메인 페이지의 중앙 광고 배너는 하루 144회 교체된다. 이를 ‘구좌’라고 부르는데 영화 한 편이 배너 광고를 하려면 한 번에 6개 구좌를 구매하는 것이 기본이다. 한때 한 영화가 이 배너에 하루 노출되는 데 1억 원을 호가한다는 얘기가 돌았다. 어느 온라인 홍보 대행사 관계자 A씨의 말에 의하면 “네이버는 광고 지면별로 단가가 모두 다르고, 타 사이트에 비해서 높은 편”이다. 플래시 배너는 500백만 명의 페이지뷰를 보장받고 1천만 원, 메인 페이지 오른쪽 광고 배너는 하루 8천만 원, 왼쪽은 하루 3천500만 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는 “각 영화마다 다르지만 온라인 광고는 네이버가 60%, 다음이 30%, 기타 싸이월드나 네이트, 영화 및 게임 사이트가 10% 정도로 책정된다. 네이버는 적어도 50% 이상이며 예산이 빡빡한 영화는 특히 네이버 쪽으로 집중한다. 타 사이트에 비해 확실한 효과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최근 광고 효과와 매체 영향력을 함께 등에 업은 네이버가 콘텐츠의 독점화를 꾀해 비난의 화살을 받은 적이 있다. 영화 섹션에 제공되는 예고편, 스틸 사진 등 마케팅에 동원되는 콘텐츠들을 ‘네이버 독점’ ‘네이버 최초 공개’로 요구하는 사례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홍보사들은 당연히 광고 효과를 위해 앞다퉈 콘텐츠를 제공했다. 모 영화사 관계자 B씨는 “최초 공개 영상을 소개하던 영화 섹션의 ‘스포트라이트’ 부분이 어느 날부터 광고면으로 바뀌었다. 최초 공개 동영상을 돈을 주고 올리라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보는 방식에 따라서는 광고가 될 수도, 콘텐츠가 될 수도 있지만 동영상 콘텐츠가 30초, 15초짜리 광고 스팟이 아닌 메이킹 필름, 인터뷰 등일 경우엔 얘기가 달라진다. 돈을 주고 제공한 독점 콘텐츠가 고스란히 네이버의 ‘독점 데이터베이스’가 되는 것이다. B씨는 “네이버가 자체적으로 취재를 하거나 콘텐츠를 제작해 저작권을 가지면 모르겠지만 공짜로 얻은 자료, 심지어 돈과 함께 제공받은 자료의 저작권을 임의로 가진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포털 사이트’의 의미가 다양한 정보를 찾아가기 위한 관문 역할을 하는 것인데 오히려 정보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상황이다. 네이버의 독점 콘텐츠의 요구는 자료 제공자 입장에선 당시 광고 효과는 있을지라도 이용자의 범위를 한정시키는 결과도 초래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광고의 그물은 또 있다. ‘네이버에서 000을 쳐보세요’라는 꼬리말이 붙는 광고는 일명 ‘검색 PPL’이라고 불린다. NHN 홍보팀 곽대현 과장의 말에 따르면 이 문구가 따라붙는 광고는 네이버가 타 기업에 광고료를 지불해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이 동영상 광고가 다시 네이버 메인 페이지에 붙기 위해서는 그 동영상을 만든 회사가 다시 네이버에 광고료를 지불한다. 여기까지는 뭐, 당연하다. 문제는 ‘30초 광고일 경우 10초 이상, 15초 광고일 경우 7초 이상’이라는 단서가 붙는다는 점이다. 온라인 홍보대행사 관계자 C씨는 “네이버를 통해 온라인 광고 시장이 창출됐다는 점은 의미가 깊다. 그러나 자사 위주의 가이드라인을 지나치게 강요하는 것과 결국 그것이 네이버의 독주로 이어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인터넷의 기본은 오픈 마인드인데 네이버는 모든 것을 네이버의 틀 안으로 밀어넣는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덧붙였다.
최근까지 대기업의 영화계 진출과 영화산업의 기업화 과정을 연구했던 영화진흥위원회 박영은 전 연구원은 뉴미디어를 대하는 콘텐츠 사업자, 영화계 사업자들의 발 빠른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영화 마케팅비를 줄여야 한다고 말하면서 네이버 광고를 위해 무한경쟁을 하는 것은 어리석다. IPTV를 비롯한 다른 매체에서도 마찬가지다. 콘텐츠 업계는 자본 규모에서 이미 상당한 열세이기 때문에 뉴미디어들의 기준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이럴 때일수록 콘텐츠 업계가 스스로 기준을 바로잡고 공동 대응해야 한다.” 울며 겨자 먹기 식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선 의식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뜻이다.
네이버는 각종 문화 콘텐츠를 자산으로 끌어들이며 몸집을 불려왔다. 그리고 거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인터넷 사업의 수익 창출을 이뤄냈다. 이젠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미디어가 되어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통틀어 한국의 굵직한 이슈와 담론을 소통케 하는 거대한 토론장이 되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정작 포털의 권력화에 대한 논쟁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네이버는 물론 주요 포털의 토론장에서 이런 주제를 찾아보기 힘들며, 주요 뉴스와 이슈를 선택하는 포털들의 운영 방식 때문에 대대적으로 공론화될 여지도 희박해 보인다.
현재 공정위는 당초 20일로 예정됐다는 언론 보도와 달리 이달 말에야 심사보고서를 전원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현재 신임 위원장으로 백용호 이화여대 교수가 내정되고 사무실 이전을 준비 중이기 때문이라고. 어쨌거나 공정위가 NHN을 양면 시장의 시장지배적사업자로 판단하면 공정거래법상의 위반 행위를 제재할 수 있다. 상품의 가격을 부당하게 결정, 변경하거나 상품의 판매 또는 용역의 제공을 부당하게 조절하는 행위, 다른 사업자의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 등이 위반 사례에 속한다. 네이버 배너 광고의 무한경쟁, 한계는 어디인지 주목된다.
송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