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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대높은 스타들 "저 써줄 작품 없나요?" 발 동동

venhuh 2008. 3. 2. 02:07

콧대높은 스타들 "저 써줄 작품 없나요?" 발 동동

 

한국영화 제작 위축되자 선택할 작품 없어 고민

스타들의 '티켓 파워' 현격히 줄어 스타의존도 감소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 콧대높은 스타들이 작품을 찾아 헤매고 있다.

한국영화계가 최근 2년여 간 극심한 부진의 늪에 빠지며 제작되는 작품 편수가 전년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확 줄어들자 배우들이 좋은 작품을 찾아 팔을 걷어붙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언제나 '갑(甲)'의 위치에 있을 것만 같았던 스타들이 '을(乙)'의 위치로 변모한 것.

아직 초반이라 정확한 예상치가 나오기 힘들지만 올해 영화계는 새로운 작품이 들어가는 경우는 흔치 않고 지난해 촬영을 시작했던 작품들만 제작이 진행중인 경우가 태반이다. 투자자들이 여간 해선 움직이지 않아 제작에 착수하기조차 힘들어진 상황.

영화계 인사들은 많은 스타급 배우들이 제작자나 감독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캐스팅을 놓고 의중을 떠보고 있다고 전한다.

드라마와 CF로는 성공했으나 영화쪽에서는 참패한 여배우들과 너무 오래 작품을 고르는 바람에 막상 선택할 작품이 투자를 받지 못하게 된 또 다른 여배우, 한 영화에 출연을 결정했으나 제작사측이 '의외로' 캐스팅을 거절하는 바람에 최근 한 영화의 흥행 돌풍을 씁쓸히 지켜봐야 하는 남자 배우 등이 대표적이다.



스타들이 작품 선택에 애를 먹는 것은 제작 편수 자체도 줄었지만 제작자와 투자자들이 '스타 티켓 파워'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말 개봉했던 문근영 주연의 '사랑따윈 필요없어', 이병헌ㆍ수애의 '그해 여름', 정우성ㆍ김태희 주연 '중천'이 줄줄이 흥행에 참패했고, 지난해만 해도 송혜교의 '황진이', 강동원 주연 'M', 김태희의 '싸움', 이준기 주연 '첫눈', 고소영 '언니가 간다'가 기대치를 훨씬 밑도는 성적을 거뒀다.

올초 개봉작중 스타 캐스팅으로 개봉전에는 큰 주목을 받았던 황정민ㆍ전지현 주연의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도 참패 수준이다.

물론 배우들에게 올곧이 흥행 실패의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스타 배우 캐스팅 당시 제작사와 투자사는 일정 정도 티켓 파워를 발휘해주길 바랐던 것은 사실이다.

이 때문에 높은 개런티를 주고 캐스팅한 스타의 흥행력에 대한 불신이 고조되고 있는 것.

더욱이 최근들어 관객의 수준이 스타보다는 작품 자체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내릴 정도가 돼 스타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싣고 있다.

배우의 연기가 좋고 작품만 재미있으면 인기도가 떨어지는 배우가 출연한 작품이라도 영화 자체가 재미있고 좋다면 관객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 김강우ㆍ임원희 주연의 '식객'은 예상을 뛰어넘어 300만 관객을 돌파했고, 국내 티켓 파워는 떨어진다고 평가받은 김윤진 주연의 '세븐데이즈'도 평단과 관객의 호응으로 300만 명에 육박하는 성적을 거뒀다.

작년 초 662만 명을 동원하며 빅히트한 '미녀는 괴로워' 역시 당시에는 '괜찮은 신인급 배우'였던 김아중을 톱스타로 올려놓았다.

최근 '추격자'의 성공은 이같은 인식을 확산시키는데 큰 기여를 했다. 대중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연기파 배우 김윤석ㆍ하정우를 캐스팅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임에도 개봉 20여 일만에 전국 관객 3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추격자' 제작사 영화사 비단길의 김수진 대표는 "투자사가 흥행을 고려해 하정우 대신 다른 스타급 배우를 캐스팅하라고 주문했지만 젊은 배우군에서는 연기력면에서 믿을 수 있는 하정우가 아니면 안된다고 버텼다. 결과적으로 하정우가 잘해내서 영화가 살아났다는 평을 듣고 있다"며 자랑삼아 말했다.

영화계에서는 남자로는 장동건, 여배우로는 손예진을 그나마 티켓파워가 있는 배우로 첫손에 꼽는다.

영화사 보경사의 심보경 대표는 "배우들이 매니저를 통하지 않고 직접 유명 감독이나 제작사 대표, 프로듀서들에게 연락을 해오고 있다고 한다. 특히 여배우들이 출연할 작품이 많지 않아 여배우들이 더 애달아하고있다. 한 여배우의 경우 상반기 영화 출연을 결심했으나 여의치않자 드라마 출연으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제작사들이 관객의 높은 수준에 맞춰 기획에 더욱 공을 들이는 분위기로 바꾸고 있고, 투자사들도 여간해선 선뜻 투자에 나서지 않은 상황으로 인해 스타들이 선택할 작품의 폭도 좁아진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좋은 감독, 좋은 제작사가 만드는 작품에 들어가기 위해서 기획 단계부터 공을 들이는 경우가 많다. 영화 제작 편수가 확 줄어든데다 좋은 작품을 보는 눈이 있어야 해 적극적으로 발로 뛰어야 하는 상황임을 절감한다"고 털어놓았다.

kahee@yna.co.kr

http://blog.yonhapnews.co.kr/kunn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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