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은 그들, 어떻게 굴려 어떻게 불리나 살짝 엿봤더니…
가는 길이 다르다… 요즘 부자들의 역발상 '투자 방정식'10년 전 IMF 외환위기 때 부동산과 금융상품 등에 투자해 쏠쏠하게 재미를 봤던 자산가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근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 여파로 미국 등 주요국 증시가 요동치는 등 자산시장이 격변기를 맞자 '고(高)위험·고수익' 상품 투자에 뛰어드는 고소득층이 늘고 있다. 현재 자금난을 겪고 있는 미국계 투자은행(IB·Investment Bank) 주식 등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부실 자산에 돈을 묻어두면 나중에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배짱 투자'가 다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투자는 자칫 큰 손실을 볼 수 있는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1. 옆길 투자… 美 부실은행을 먹자 서울 강남에 사는 거액 자산가 김모(52)씨는 지난달
삼성증권이 판매하는 '글로벌 IB펀드'에 1억원을 투자했다. 이 펀드는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후 주가가 폭락한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등
미국의 7개 대형 은행 주식에 투자하는 사모(私募)펀드다. 김씨는 과거 IMF 외환위기 때 외국자본들이 한국의 부실 은행들을 헐값에 인수한 뒤 나중에 막대한 수익을 올린 사실을 떠올리며 이번 투자를 결심했다. 그는 "미국 대형 은행이 망하지만 않으면 상당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펀드에는 김씨와 같은 고소득 자산가들 백여명이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현준 삼성증권 PB팀장은 "최근 미국 투자은행 주식에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며 "손실 위험을 우려해 적립식 투자를 원하는 고객이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2. 타이밍 투자… 인플레이션은 기회다 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영향으로 미국, 유럽,
중국, 한국 등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초대형 악재를 돈벌기에 이용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올해 1월 우리은행 PB센터에서 가장 많이 팔린 금융상품은 '물가연동국채'(금리 연 2.75%)였다. 물가연동국채란 원금과 이자가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연동되는 상품이다. 물가가 오르면 오른 만큼 이자율이 올라간다. 인플레이션이 현실화되면 돈을 벌게 돼 있다. 김해식 우리은행 PB팀장은 "특히 중국발 인플레이션 우려로 전 세계 물가가 계속 오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지자 물가연동국채가 주목을 받고 있다"며 "분리과세 혜택까지 있어서 장기 거액 투자자에겐 유효한 투자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물가연동채권은 만기가 10년이어서 투자금을 오랜 기간 묻어둬야 하며, 만기 때 물가가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3. 눈치 빠른 투자… 금리 사냥 나서자 IMF 외환위기 당시 거액 자산가들은 주식을 팔아서 20% 안팎의 고금리 채권에 가입해 큰돈을 벌었다. 지난달
하나은행 WM센터에선 연 7.88%(세전, 만기 2년)를 주는 우량 회사채가 1000억원 이상 불티나게 팔려 베스트셀러로 떠올랐다. 이 은행에서 50억원어치 회사채를 사들인 자산가 이모씨는 "미국 금리 인하 조치로 한국도 앞으로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금리가 고점을 찍었다고 보고 서둘러 확정 고금리 상품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길기현 WM센터 부장은 "안전자산 회귀 움직임이 가속화하면서 고금리를 주는 회사채에 큰 자금이 몰렸다"고 말했다.
동양종합금융증권도 지난달 채권 매출액이 약 3700억원으로, 전달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일본 엔화 반등에 베팅
IMF 외환위기 때 환차익(換差益)으로 달콤한 고수익을 맛봤던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 다시 환투자가 등장했다. 최근 환율 변동이 커진 점을 노린 것이다. 부산에 사는 박모씨는 지난해 11월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와중에 엔화를 1억원어치 사들였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더 악화되면 엔캐리 트레이드(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해외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것) 자금이 청산되면서 엔화가 오를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 현재 박씨의 엔화 투자 연간 수익률은 약 35%에 달한다.
SC제일은행 고득성 팀장은 "엔화뿐 아니라, 달러화도 (1달러당) 1000원까지 오르는 게 아니냐며 투자 문의를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면서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하로 달러 약세가 예상되는 등 위험 요소가 많아 환투자는 말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은 기자
diva@chosun.com]
[최흡 기자
pot@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