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스토리/나의 일기...

때론 함께 때론 혼자서...

venhuh 2014. 2. 16. 14:28

깊은 잠. 얼마나 잠이 들었었을까.. 


어두운 공간. 눈을 간신히 뜨고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12시가 넘었다. 

자정? 정오? 몇초쯤 흘렀을까. 주위를 둘러보니.. 내 방이다. 

간신히 일어나 커튼을 젖히니 아직 채 열리지 않는 동공에 빛이 들어찬다. 순간, 인상을 쓰며 다시 눈을 감았다. 낮이다. 


'아.. 오늘, 일요일이지..'


지난 밤에 꾸었던, 아주 먼 나라로 여행을 떠나는 '꿈'.. 그리고 다시 잠에서 깨어나 '현실'에 돌아와 보니, 방 이곳저곳 벗어져 팽겨쳐져 있는 외투, 옷가지들, 가방등이 눈에 띈다. 그리고는 거울에 비친 침대에 걸터앉아 멍때리고 있는 내 모습, 잠에서 덜깬 표정.. 


그러고보니, 새벽까지 동네 어딘가의 어두운 조명의 작은 술집에서 혼자 술을 마셨던 기억.. 



...


커피물을 끓이고, 뜨거운 커피를 심장에 들이키니 그제서야 정신이 좀 드는 듯 했다. 다시 심장이 뛰는 느낌.. 

커피잔을 들고 창가에 선 채 하늘을 본다. 흐린 하늘. 다행이다. 흐린 하늘.. 


방금 다시 현실로 도착하기 전 꿈에서 봤던 그 하늘과 비슷한 색채의 흐린 하늘이다. 아주 먼 곳.. 


...


어제, 어느때엔가.. 아주 오랫만에 전화 연결이 된 친구와 나눴던 대화가 기억났다. 

잊을만 하면. 잊혀질만 하면 간혹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또 근황도 챙기는.. 


그 친구.. 

' 잘 지내는거지...?'


나의 대답. 

' 엉.. 잘 지낸다.'


편안하고도 차분한 대화. 짧았지만 긴 대화가 시작되던 그 시점.. 그 친구가 다시 내게 묻는다. 


' 그래, 지구에서의 생활은 이제 좀 적응을 잘 하고 있는가? '


' 하하, 그랴~ 이제는 좀 적응이 되는거 같으이. '


' 그래, 말해보게나. 그새 자네에게 무슨 변화가 생겼는지.. 예전과 무엇이 달라졌는지, 말해줄 수 있겠나?'


' 흠.. 예전보다는 짜증? 아니 화같은걸 좀 덜 낸다네. 자네 말대로, 화를 낸다는건 어떤 관념에 집착을 버리지 않는것이라는걸 좀 깨닫게 된거 같다네. 그리고, 그 현상속에서 나로 인해 상처받는 사람들의 아픔도 이해하게 되었고.. .'


' 오... 많이 발전했는걸? 축하하네! '


' ㅎㅎ 축하는. 아직 멀었다네.. 하지만, 이제 조금씩은 알게 되는거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은 들어. 어차피 나와 다름을 인정해야 하는게 인생이고, 그들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 그게 아직은 참 힘든 일이긴 하지만.. '


먼 곳에서 수화기를 들고 내 목소리를 듣고 있는 친구를 상상하며 내 이야기가 계속 이어져 갔다. 마치 내 생각과 근황과 정신상태를 그 친구에게 진심을 담아 전달하려 하는듯..



'... 자네 말대로, 생일이란 작년보다 올해 더 지혜로운 사람이 되는걸 축하하는거. 그게 무슨 말인지 이제서야 좀 알거 같다네. 확실히 주위에서도 누군가 내게 말했지. 내가 조금씩 바뀌고 있는게 보인다고,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있는걸 보면 말이야.. 

 

물건이나 자신이 가진 어떤 관념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이야말로 참다운 인간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첫걸음이라는 것을 깨달음. 자네가 내게 이야기해 주었던 '무탄트 메세지'가 요즘들어 간혹 뇌를 흔들어 놓곤 한다네.. 


나의 기준으로 남을 판단하지 않고, 각자 스스로 선택한 길로 걸어가는 것을 진심으로 축복해 주는 일이 내게도 가능할까 했지만, 그건 아직 모르겠고, 난 나도 모르고 있었지만 내 생각보다 훨씬 이기적인, 아직은 인간이다 보니까..  


삶을 돌이켜보면 때로는 실수를 하거나 잘못된 선택을 한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겠지. 누구나 그렇겠지만 말이야.. 하지만 어찌보면 그 당시로서는 그것이 그에게는 최선의 행동이었고, 언젠가는 그것이 뒷걸음질이 아니라 앞으로 내디딘 발검음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는걸 깨달아가는 과정. 그게 인생이 아닐까? 


내가 다른 사람에게서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발견하는 것은 나 또한 그것과 똑같은 장단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람들 모두는 각자, 단지 자기 수행과 표현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사실..


소중한 것은 물건이나 사람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 경험이라는 것을.. 이제서야 조금씩 깨달아 가고 있는 중이라네... '


... 중략 ...


" 하지만, 아직 모르겠는게 있어. 내가 왜 지금 혼자 여기서 이러고 있는 것인지.. 

누굴 위하여, 무엇을 위하여 지금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왜 사람들하고 부딪히며 갈등하고, 

지금도 혼자이지만 가끔은 정말 혼자 훌쩍 떠날 생각이 들 때가 많다네.


인생이란.. 내가 결정하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게 아닐까? 


아니야, 그조차도 나와 얽혀진 나의 존재를 알고 있는 지구인, 사람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는 일이 될 수도..

모르겠어. 지금 내가 왜 이런 혼란속에 빠져 헤메이고 있는 것인지.

 





...


다시 서울. 내 방..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많이 마신거 같진 않지만 머리가 깨질거 같은.. 


깊은 생각속에 빠져있다가 다시 끓인 커피 한잔을 다시 다 비우고서야 휴대폰을 꺼내들어 밤새 들어온 문자를 찾아본다. 

역시.. 한가지 메세지가 남아 있었다.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걸까?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은 무엇일까?


그냥 여행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지.


우린 그냥 어행을 하고 있는거지.

때론 함께 때론 혼자서... 


...



언제 호주를 들르게.

무탄트 메세지를 따라서...  



.........




'서울'이라는 도시. 이곳에서는 왠지 나 혼자만 이상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은 변하지 않았지만, 어제와 다른 길을 걷는 것. 그것이 모험인 것처럼, 이제 새로운 길을 향해 걷고 있는 내 모습을 간혹 발견하곤 한다. 


하지만 카멜레온처럼 변화스러운 내 감정들.. 집착, 희망, 절망, 고독, 상처.. 

과연 대체 내가 기다리고 있는 '사랑'이란 이 지구 어느 구석에 존재하는 것일까.. 


이러한 일들, 상황이 반복되며 주기적으로 나를 아프게 만드는 일..

이게 아마도 지금까지처럼, 지금부터 오랫동안 내가 경험해야 할 지구에서의 생활이 될 지도... 


아직은 답답한 마음. 휴대폰을 꺼내 다시 뭔가 물어보려 답장을 보내려니,

역시 발신자, 발신지가 없는 메세지...


지독히도 흐린 하늘, 회색빛 도시. 이곳 서울이 정말 아주 싫어질 때도 있을 그 언젠가쯤

언젠가는 내 모습, 내 표정이 이곳을 떠나 그 친구를 찾아, 그 친구와 함께 호주를 여행하고 있을 지도..

지금과 다른 지구 어느 구석, 무탄트 부족이 있는 곳을 향하여..




ㅡ 마이스토리 ㅡ 



...

반응형

'마이스토리 > 나의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면서 해야 할 일 중의 하나..  (0) 2014.01.05
무탄트...  (0) 2014.01.05
하루...  (3) 2013.12.31
하루..  (0) 2013.12.22
꿈을 꾸는 것처럼...  (0) 2013.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