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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매니저에 대한 오해와 진실

venhuh 2008. 1. 6. 04:30
연예인 매니저에 대한 오해와 진실
[스포츠서울   2007-10-15 19:36:35] 

모 매니저는 직업상 고충을 이렇게 털어놓은 적이 있다. “아는 사람들을 오랜만에 만나 매니저로 일한다고 얘기하면 대부분은 걱정스러운 표정부터 짓습니다. 혹시 연예인 데리고 나쁜 짓 하는 것아니냐고요.” 매니저에 대한 일반인들의 선입견을 단적으로 드러낸 한 마디다. 매니저와 관련된 오해와 진실들을 문답식으로 알아본다.


◇매니저는 전부 건달 출신이다? =아니다. 아직도 ‘어둠의 세계’로부터 건너온 매니저들이 일부 있는 것은 사실. 그러나 지난 9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인기 연예인의 매니저와 보디가드를 겸하던 건달들은 대부분 자연스럽게 퇴출됐다. 해외 진출을 주선하는 등 매니지먼트 업무에 전문성이 강화되면서부터 전문 인력들이 투입되고 있다.

◇여자 연예인과 매니저의 관계는 모두 애인 사이다? = 과거에는 하루종일 함께 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침대까지 함께 쓰는(?) 사이로 발전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 인기가 높은 여성 연예인들일수록 매니저를 매니저 이상으로는 대하지 않는 게 추세다. 매니저들 또한 자칫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까봐 일부러 사무적으로 행동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일부 여성 연예인들과 매니저들의 염문설이 가끔씩 터져나오는 것을 보면 사람 사이의 관계를 무조건 인위적으로 막을 수만은 없는 듯도 하다.

◇매니저는 떼돈을 번다? =아니다. 교통비 수준도 안 되는 돈을 받고 일하는 매니저들이 수두룩하다. 젊은 매니저들 대부분이 휴일도 반납한 채 365일 열심히 일하면서. 미래의 ‘대박’에 대한 꿈 하나만으로 근근히 버티고 있다. 물론 엔터테인먼트 관련 주식이 엄청나게 사랑받던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소속 연예인들을 앞세워 합병과 우회상장을 통해 큰 돈을 거머쥔 매니저들도 간혹 있었다.

◇매니저도 연예인처럼 ‘뜨면’ 사람이 달라진다 =그런 매니저들이 없지는 않다. 소속 연예인들이 신인일 때는 감독과 PD 등 연예계 관계자들에게 간이라도 빼 줄것처럼 굴다가도. 일단 인기를 얻고 나면 180도 달라지는 사례가 종종 눈에 띈다. 그러나 이런 매니저들일수록 수명이 짧다는 게 공통점이다.

조성준기자 when@




⊙ 대한민국 연예인 매니저의 일과는 어떨까
서른살의 조대원 실장은 경력 7년차의 연예인 매니저다. 박선영 왕빛나를 비롯해 30여명의 스타가 몸을 담고 있는 브로딘 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총 5개팀 중에서 1팀을 맡고 있다. 2000년 장동건의 로드 매니저를 시작으로 2003년 탐엔터테인먼트에서 팀장으로 근무한 뒤 2005년에는 케이앤 엔터테인먼트에서 탤런트 김유미를 담당하며 실장으로 승진했다. 보통 3년차 팀장급. 5년차 실장급으로 이어지는 업계의 수순을 순탄하게 밟으면서 어느새 7년 경력의 베테랑이 됐다. 하루를 25시간처럼 살아도 부족하다는 대한민국 연예인 매니저의 일과는 어떤 것일까? 지난 11일 아침부터 시작된 조 실장의 하루 스케줄을 밀착 동행해 살펴봤다.

06:30=‘따르릉~ 따르릉~’ 자명종 소리에 놀라 반사적으로 눈을 뜬다. 그런데 평소와 달리 손가락 하나조차 까딱거리기 힘든 게 뭔가 이상하다. 아! 그러고보니 오늘 새벽에 터졌던 아찔한 사고가 뒤늦게 머리를 스친다. 2시 30분 쯤이었다. 새벽 단잠을 깨는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려 받아보니 담당 연예인 중 한명인 A가 아닌가. 다급한 목소리로 호소하는 자초지정을 들어보니 순식간에 잠이 확 달아났다. A와 그의 로드 매니저가 새벽 귀가길 중에 말다툼이 벌어져 매니저가 A를 서울 올림픽 대로 한가운데 내버려둔 채 차를 몰고 가버리는 어이없는 사건이 터진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차를 몰아 A를 집에 데려다주고 돌아오니 새벽 4시였다. 잠자리를 뒤척이며 생각해보니 세상 참 많이 변했다. 요즘 들어 매니저를 해보겠다고 덤비는 신입들 중에는 연예계의 화려함만을 쫓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아무리 피곤해도 출근을 거를 수는 없는 노릇. 천근만근 무거운 몸을 침대에서 일으켜 집을 나선다.

08:00=사무실에 들어서기 전에 인근의 피트니스 클럽을 먼저 찾는다. 매니저에게 가장 중요한 건 근성과 체력이다. 연일 이어지는 술자리를 버티기 위해서라도 아침 식사는 걸러도 운동만큼은 빠질 수 없다. 한시간여 땀을 흘린 뒤 9시 출근 시간에 맞춰 사무실 책상에 앉는다.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의 일정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이다. 공용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해보니 팀원들과 담당 연예인들의 하루 일과가 한눈에 들어온다. 드라마 촬영과 언론 인터뷰 등이 예정된 로드 매니저들에게 일일히 전화를 걸어 일정을 재확인하고 당부한다.

09:30=담당 연예인들의 스케줄을 살펴보니 탤런트 박선영이 한 패션 잡지와 인터뷰를 나눈다. 마침 인터뷰 장소가 사무실 인근의 사진 스튜디오라서 한걸음에 달려간다. 박선영은 사진 촬영을 앞두고 메이크업에 한창이고 조 실장은 “오늘 따라 더 예쁘다”며 분위기를 달군다. 30여분 담소를 나누며 박선영의 컨디션을 확인하고는 탤런트 기태영이 또 다른 잡지와 인터뷰하는 장소에도 방문한다. 사실 로드 매니저가 연예인 곁에 24시간 붙어있는 만큼 조 실장이 인터뷰에 꼭 참석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배우의 입장에선 기자와의 만남이 낯설고 인터뷰에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조 실장처럼 베테랑 매니저가 가벼운 농담 한마디로 긴장을 풀어주거나 분위기를 한결 부드럽게 만드는 게 중요해질 때가 종종 있다.

12:00=오후에는 방송국 PD와 신문사 기자. 그리고 드라마 외주 제작사의 관계자들과의 미팅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인터뷰 장소를 떠난 조 실장은 여의도로 달려가 KBS 드라마국의 PD 4명과 점심 식사를 함께 한다. 방송계에서는 인맥이 재산인만큼 식사 시간이 가장 중요한 미팅이다. 드라마 정보를 나누는 것은 물론 담당 연예인들이 도전할만한 배역에 대해서도 상담이 오간다. 한시간여 식사를 마친 뒤에는 인근의 신문사에도 찾아가 연예부 기자들과 커피 타임을 갖는다.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커피를 마시다보니 하루 평균 10잔을 넘길 때가 많고 커피값을 식대보다 많이 지불할 때가 잦다. 가벼운 마음으로 담소를 나누지만 진흙 속의 진주처럼 귀중한 정보를 얻을 때가 적지 않다. 이어 목동 SBS 사옥에서 초록뱀 미디어의 제작이사를 만나고 SBS 프로덕션의 PD도 만나서 드라마 출연에 대한 상담을 펼친다. 소속 연기자들의 프로필을 정리한 자료들을 한아름 안겨주고 방송국을 나섰더니 웬지 발걸음이 가볍다.

17:00=때마침 여의도 MBC 스튜디오에서 시트콤 ‘김치치즈 스마일’의 녹화가 진행되고 있다. 소속 연기자인 이현진을 격려할 겸 음료수를 한가득 사들고 스튜디오를 찾아가 응원한다. 촬영장을 매일 드나들 수는 없지만 일주일에 1~2회 정도는 방문해야 안심이 된다. 연기자의 열연 못지 않게 매니저의 관심과 정성도 촬영장의 분위기를 달구는 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현진이 촬영으로 정신없는 동안 조 실장은 출연자 대기실의 소파에서 잠시 눈을 붙인다. 오후 7시 중간 휴식 시간에는 이현진의 로드매니저와 스타일리스트를 대동하고 저녁식사를 나눈다. 체중 관리를 위해 죽을 먹겠다는 이현진을 보니 갑자기 마음 한구석이 아리다. 한창 먹고 싶은 게 많은 나이인데 역시 연기자의 길도 쉽지 않다며 측은지심이 드는 것이다.

20:00=오늘도 어김없이 술자리가 기다리고 있다. MBC 예능국의 한 PD와 소주잔을 주고 받다보니 어느새 10시를 넘기고 있다. 그래도 오늘은 일찍 끝난 편이다. 보통 술한잔 들어가면 자정을 넘기기가 일쑤니 말이다. 그러다보니 월급의 절반 이상이 술값으로 지출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택시에 올라타 귀가하면서도 머리 속에선 내일 일정을 그리느라 바쁘다. 오늘 따라 유난히 많은 일정을 소화했지만 귀가 시간이 빨라서 나름대로 위안을 삼는다. 새벽에 잠을 설친 탓일까. 최면이라도 걸린 듯 머리 속이 몽롱해지면서 눈이 무겁다. 아~ 하루가 48시간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정리 | 김도훈기자 d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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