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새 명물 여섯 살 마임걸
[중앙일보 2007-10-11 15:4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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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성시윤.김상선] "저기 의자 위에 있는 게 조각품 맞아?" "잠깐! 눈 깜박이는데, 사람인가?" 일요일인 7일 오후 4시 서울 청계천변 모전교 부근. 주말을 맞아 이곳을 찾은 시민 20여 명은 황토색이 칠해진 드레스 차림으로 접이식 의자에 앉아 있는 어린 소녀 형태의 조각품(?)을 보고는 발걸음을 멈췄다. 그 옆에는 황토색이 칠해진 19세기 서양의 군복을 입은 40대 어른의 동상(?)도 있었다. 둘 다 정면만 바라볼 뿐 미동도 하지 않았다. 한 소녀가 호기심으로 눈을 가까이 들이대자 갑자기 어린 소녀 조각품이 눈동자를 깜빡이며 손을 흔들었다. 어른 동상은 로봇 동작으로 오른팔을 들어 소녀에게 악수를 청했다. 행인들은 깜짝 놀라면서 박수를 치고 웃음을 지었다. '서울 아티스트' 김정한(41)씨와 딸 서휘(6)양이 매주 청계천에서 펼치는 '스태추(statue) 마임' 공연이다. 배우가 특수분장을 하고 움직이지 않아 관객이 배우를 조각품으로 여기다가 조각품이 갑자기 동작을 해 관객을 웃게 만드는 공연이다. 김씨 부녀는 청계천을 누비는 아티스트 중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명사다. 서휘는 지난 3월부터 장마 때를 제외하고는 매주 토.일요일 아빠를 따라 청계천에 나오고 있다. 정한씨는 서울예술대학 연극과를 졸업하고 25년 넘게 연기를 하고 있는 전문 마임이스트다. 공주영상대에 출강해 배우를 꿈꾸는 젊은이에게 마임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2년 전 청계천 복원 직후 서울 아티스트로 등록해 청계천에서 마임 공연을 해 왔다. 함께 공연하던 제자가 군에 입대하면서 올봄부터 서휘를 대신 데리고 나온다. "아빠하고 사람들 앞에서 공연하면 재미있어요." 딸은 관광객의 박수에 인사하면서 즐거워했다. 서휘는 어려서부터 아빠의 공연을 보면서 마임을 익혔다. 김씨는 "어느 날 아빠 따라서 공연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추억을 만들어 주자는 생각에 함께 나온다"고 말했다. 김씨에 따르면 서휘는 예술 재능을 타고나 발레와 재즈댄스를 잘하고 사람들 앞에서 공연하는 것을 즐긴다는 것. 이미 두 돌 때부터 아빠가 하는 웨이브 동작을 따라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들의 공연이 자리잡을 때까지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초기에는 부녀의 공연을 돈벌이를 위한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오해를 받는 게 싫어 처음에는 기부함을 치웠어요." 서울아티스트들은 출연료를 받지 않고 분장비 같은 기본 비용을 관객으로부터 기부받아 해결한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취객이 서휘 앞주머니에 돈을 집어넣는 민망한 일을 겪었다. 또 거리공연에 익숙한 외국 관광객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기부함이 없는 것을 알고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기부함을 다시 꺼냈다. 시나리오 작가인 엄마 박수경(34)씨는 "오해받기 싫은 데다 아이가 힘들까봐 말렸는데 오히려 아빠보다 공연을 더 즐긴다"고 말했다. 서휘에게 "공연하는 게 재미있느냐"고 묻자 그는 바로 "사람들이 나를 보고 웃을 때가 제일 좋아요"라고 수줍게 말했다. 성시윤 기자 copipi@joongang.co.kr , 사진=김상선 기자 ◆'서울 아티스트'=청계천에서 공연할 수 있도록 승인된 예술가들이다. 서울시 산하 재단인 서울문화재단에서 오디션을 거쳐 뽑는다. 70여 팀이 등록돼 있다. 서울아티스트들은 문화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의 공연 시간을 시민에게 알리고, 청계천에서 공연을 한다. 주말에 평균 20팀이 공연한다. ▶ [동영상] "조각품 아냐?" 청계천 새 명물 여섯 살 마임걸 ▶성시윤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copip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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