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칙한 지하철에 ‘디자인 옷’ 입힌다
덕지덕지 붙은 광고판·화장실같은 타일 ‘NO’
어지러운 광고판 없애고 환승통로엔 은은한 조명
열차 안 쇠기둥은 노란색… 여성전용칸은 핑크빛으로
정지섭 기자 xanadu@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18일 오후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 3호선 승강장의 빨간 벽돌타일은 때가 덕지덕지 붙어 검붉었고, 천장은 여러 번 뜯어고친 탓에 계속 낮아져 답답해 보였다. 5호선 환승 통로는 집채만한 직사각형의 거대한 광고판을 빼면 온통 똑같은 연두색 정사각형 타일로 가득해 마치 거대한 화장실에 들어온 것 같았다. 서울 도심의 대표 환승역이자, 인사동·종묘 등 명소의 관문이지만, 정작 시민들이 쉴세없이 오가는 역사(驛舍)는 그 명성에 미치지 못했다.
서울시가 이런 지하철의 ‘옷’을 내년부터 갈아입힌다. 디자인서울총괄본부(본부장 권영걸)가 내년부터 지하철 역사와 열차의 디자인을 단계적으로 바꾸기로 한 것. 출입구와 승강장 벽타일, 계단부터 열차 안의 광고판까지 승객들의 발길과 눈길이 닿는 모든 곳들이 단계적으로 ‘예술 작품 수준’으로 바뀔 전망이다.
- ▲ 종로3가역의 5호선 승강장. 전체적인 역 디자인이 밋밋하고, 기둥에는 광고판이 붙어 있어 승객들의 시각을 어지럽게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지섭 기자
디자인서울총괄본부가 지난 7월 일부 역사를 점검해 파악한 문제점은 심각했다. ▲마감재 등 시설이 낡은 곳이 많고 ▲안내표지가 어지러이 흩어졌으며 ▲광고물 설치기준이 없고 ▲벤치와 휴지통·자판기 등이 부조화스러운 등 문제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여기에 4호선 동대문역이나 회현역 등 역사 디자인에 신경을 썼던 곳들도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면서 기존의 설치물들을 모두 뜯어낸 후 휑한 흰 타일을 두르는 바람에 역사 디자인이 오히려 나빠졌다는 지적도 있었다.
시는 우선 주요 환승역 네 곳을 시범역으로 지정해 내년 3~11월까지 디자인을 바꾸기로 했다. 지하철 디자인 기준은 ▲동선(動線)을 막고 피난에 방해되는 것을 없애는 ‘비움’ ▲색채와 조명의 세심한 배려 ▲역사적 유래 등 각 역사의 정체성 고려 등이 제시됐다. 시범역은 1·3·5호선 종로3가역, 2·7호선 건대입구역, 2·4호선 동대문운동장역, 5·7호선 군자역이다. 이들 역은 지상 출입구부터 승강장, 환승통로와 에스컬레이터·엘리베이터에 이르기까지 외벽·안내표지·노선도·광고판·스크린도어의 안내문 등이 모두 정리된다.
- ▲ 독일 뮌헨의 지하철역 모습. 천장에 큼지막한 전등이 달려 있다. /서울시 제공
◆연보라·분홍색 여성 전용칸 등장
열차도 확 바뀐다. 서울메트로(지하철 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공사(지하철 5~8호선)가 각 30칸씩을 시범 디자인 전동차로 정해 내년 1월부터 운행할 계획이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각종 광고와 여기저기 나붙은 안내문도 대거 정비된다. ‘문자’는 모양만으로 뜻을 알 수 있는 ‘픽토그램’으로 대부분 교체된다.
- ▲ 화려한 색채의 사각 무늬로 승강장 외벽을 두르는 등 산뜻한 디자인이 눈에 띈다. /서울시 제공
출입문에 나붙은 ‘기대지 마시오’ 따위의 안내문과 스티커형 광고들은 모두 제거한다는 계획이다. 사람 몸이 많이 닿는 열차 안 쇠기둥은 시각을 편안하게 해주는 노란색으로 할 방침이다.
여성 전용칸이 도입될 경우 예전처럼 바깥에 달랑 표지 하나 붙이는 것이 아니라 열차 자체를 ‘여성스럽게’ 꾸미는 방안도 검토된다. 차량 바닥은 보라색이나 빨간색으로, 손잡이와 좌석 시트 등은 연보라색이나 분홍색 등으로 꾸미고, 차량외부와 스크린도어에도 여성을 뜻하는 픽토그램을 붙인다는 구상이다.
권영걸 디자인서울총괄본부장은 “지금까지 서울지하철은 시민들이 ‘쉬면서 둘러보며 즐기는 곳’이 아니라 빨리 빠져나가고 싶은 공간이었다”며 “지하철의 디자인 수준이 높아지면 시민들이 쾌적해지고 도시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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