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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졌다! 한국형 눈물버스터"…할리우드 잡은 충무로의 힘은?

venhuh 2009. 8. 21. 12:37
"터졌다! 한국형 눈물버스터"…할리우드 잡은 충무로의 힘은?

[스포츠서울닷컴 | 김지혜기자] 빼앗긴 충무로에 봄이 왔다. 침체의 늪에 빠졌던 한국영화가 한 여름 극장가를 점령하며 부활의 기지개를 켰다. 그 중심에는 두 편의 한국형 눈물버스터가 있다. 영화 '해운대'와 '국가대표'가 각각 1,000만과 500만 관객을 울리며 흥행의 주역으로 나선 것.

불과 1년전만 해도 한국영화 점유율은 30%를 넘지 못했다. 거품이 빠지면서 제작 편수가 줄어든 탓도 있지만 작품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런 한국영화가 8월 현재 점유율을 49.1%까지 끌어 올렸다. 물량공세로 나선 할리우드(39.8%)를 약 10% 이상 앞선 수치다.

다시 찾아온 한국영화의 봄. 부활의 발판은 무엇이었을까. 충무로 관계자는 다양한 장르 실험 속에서 우리만의 색깔을 찾은게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할리우드의 화려한 그래픽을 물리치고 우리만의 정서로 관객몰이에 나선 충무로를 살펴봤다.

◆ 다양한 소재 실험…"충무로도 만들 수 있다"

충무로의 부활은 '장르실험'에서 출발했다. 조폭이나 코믹 일색의 영화에서 탈피해 다양한 소재를 찾았고, 이를 스크린으로 옮겨왔다. 쓰나미를 소재로 삼은 '해운대'와 스키점프를 다룬 '국가대표', 식인 멧돼지를 다룬 '차우' 등이 종전까지 충무로가 다루지 않았던 새로운 이야기다.

아현동에 사는 김혜선(32) 씨는 "그동안 한국영화는 제목만 다를 뿐 내용은 똑같았다. 식상한 조폭 이야기가 전부였다"면서 "'투머로우'나 '쿨러닝'을 보고 감탄만 했을 뿐 우리가 재난 혹은 스포츠 영화를 만들거라 생각도 못했다"며 폭 넓어진 소재를 충무로 부활의 힘으로 꼽았다.

머리 속 생각을 구현하는 작업에도 최선을 다했다. 할리우드 힘을 빌려서라도 볼거리가 이야기거리를 방해하지 않게 만들었다.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우리영화에 대한 신뢰도를 끌어 올렸다. 한국형 블록버스터도 볼만하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

영화 '해운대'의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영화인' 관계자는 "재난영화나 스포츠영화는 제작비와 스케일 때문에 그동안 기피한 장르 중 하나였다"면서 "용기 있는 도전이 성공을 거두면서 수치적인 성과뿐 아니라 충무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쌓는데도 많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평가했다.

◆ 한국형 눈물버스터…"가족이 관객을 불렀다"

사실 CG로만 비교했을 때 충무로는 할리우드와 경쟁이 안된다. 자동차를 로보트로 변신시킬 수도 없고, 에펠탑을 한순간에 무너뜨리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 조촐한(?) 한국영화가 화려한 할리우드를 따돌릴 수 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바로 '눈물'에 있다. 이른바 한국형 눈물버스터의 힘이다. 기술적 부분의 아쉬움을 감동에 대한 포만감으로 대체한 것. 이로 인해 관객들은 다소 미흡한 CG에도 불구 이야기의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감동의 중심에는 한국의 대표적인 정서인 '가족'이 있었다. '해운대'에서 재난을 맞이한 인물들은 절체절명의 순간마다 '가족'을 위해 희생한다. '국가대표'의 시작과 끝에도 가족에 대한 사랑이 자리잡고 있다. 다소 작위적일 수 있는 스토리가 코끝 찡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가족에 대한 한국 특유의 정서적 교감 때문이다.

'국가대표'의 김용화 감독은 "가족 코드는 처음부터 의도했던 것"이라며 "사람이 고통 받는 이유 가운데 가장 큰 것이 관계다. 그중에서도 가족은 불가분의 관계다. 가족 관계의 회복을 통해 개인이 치유 받는 과정을 그리려했다"고 말했다.

◆ 위기에서 답을 찾다…"웰메이드 제작 계속 돼야"

한국영화가 처참히 깨질 때 곽경택 감독은 위기 속에서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다. 곽 감독은 "영화산업에 거품이 낀 게 사실이다. 돈이 몰리다보니 찍어내기에 급급했다"면서 "하지만 위기는 기회다. 결국 작품으로 승부를 하게 될 것이고, 옥석이 가려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한국영화는 위기 속에서 현명한 답을 찾았다. 관객들이 한국 영화에 등을 돌린 이유에서 답을 찾아 다양성을 추구했고, 완성도에 힘을 기울였으며, 재미와 감동도 놓치지 않았다. 결국 웰메이드 영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관객들의 신뢰 회복의 기반을 마련했다.

한국 영화가 호황을 맞으면서 제작자들과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기 시작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올해 한국 영화들이 잘되긴 했지만 지금 당장 제작 편수 증가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한국영화의 호조가 내년도 제작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은 분명해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제는 앞으로가 중요할 때이다.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가속되어야 한다. 우수한 콘텐츠 개발을 위한 제작자들의 노력은 계속되어야 하고 투자자들도 닫아놓았던 지갑을 열어야 한다. 3년을 주기로 부흥과 침체를 거듭했던 충무로의 악순환은 이제 '안녕'을 고할 때다.

ebada@media.sportsseoul.com

<사진 = 각 영화 스틸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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