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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한 수트 입은 그 남자 '패션 테러리스트'

venhuh 2008. 2. 3. 13:55

넉넉한 수트 입은 그 남자 '패션 테러리스트'

■ '신사의 자존심' 양복 제대로 입기

수트를 입을 땐 여유를 버리시라
몸을 풍성하게 감싸는 큰 사이즈나 신발을 덮는 긴 바지는 NG
어깨에 정확히 맞고 몸이 편해야 합격

남훈 란스미어 브랜드 매니저



요즘 와인의 유행이 놀랍도록 확산되고 있다. 여기엔 우리가 문화적으로 성숙한 이유도 있지만, 일본에서 수입된 '신의 물방울'이라는 베스트셀러의 영향도 크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와인이 단순한 술이 아니라, 음식과 사람이 함께 조화를 이루면서 즐기는 문화'라는 메시지를 확산시킨 점이다.

문화를 통해서 이해의 폭이 깊어지는 와인은 여러 모로 남자의 양복, 즉 수트(suit)와 닮았다. 시대가 아무리 변하더라도 남자의 가장 중요한 순간을 대표하는 복식(服飾)은 여전히 정장이다. 그런데 정장 역시 그 바탕에 존재하는 문화와 사상을 이해하지 못하면 제대로 입을 수가 없다.

그런데 불행히도 대한민국의 남성들은 서양의 복식인 수트를 일본미국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수트의 바탕이 되는 철학을 놓친 채 오직 '같은 소재의 상의와 하의를 함께 입는다'는 형식만을 알고 있을 뿐이다.

유럽에서 수트가 탄생한 지 수 백 년이 지났다. 특히 남성 정장은 영국 상류사회의 예복과 군복으로부터 유래되었기 때문에 애초부터 엄격하게 입는 것이 당연했다. 그들이 생각했던 남자의 자세를 표현하는 '신사(gentleman)'라는 단어는 카리스마의 발산이나 힘의 과시보다는 타인에 대한 배려를 기본으로 신뢰와 관용, 그리고 명예를 지향하는 개념이었다. 즉, 타인과 함께 하는 장소와 상황을 생각하기에 남자들도 옷차림을 격식에 맞게 준비하는 것이고, 그것이 소중한 명예의 일부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수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요즘 한국 남성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사이즈(size)'에 대한 문제다. 한국 남자들이 정장을 입으면서 저지르는 가장 흔한 실수는 자신에게 알맞는 적절한 사이즈를 모르기 때문에 일어난다.
특히 자신의 몸을 풍성하게 감싸는 오버 사이즈를 입어야 몸이 편안하다고 잘못 생각하기 쉽다. 이러면 어깨가 항공모함처럼 큰 재킷을 걸쳐 남의 옷을 빌려 입은 느낌을 주게 되고, 재킷의 소매는 손등까지 닿아 전체 몸에서 유난히 팔만 길어 보이게 마련이다. 또 바지는 땅에 닿을 만큼 너무 길게 입어 오히려 키가 더욱 작아 보이는 안타까운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

수트를 제대로 입는 첫 번째 법칙은 마치 자신의 피부처럼 몸에 정확하게 맞추어 입는 것이다. 남자의 몸을 신중히 측정해 그것을 바탕으로 정확히 만들어진 수트는 절대 불편할 수가 없고,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몸과 더욱 친숙해져 아름다운 스타일과 편안함을 동시에 가져다 주는 법이다. 그러니 비싼 브랜드의 고가 수트보다는 자신의 몸에 잘 맞는 수트 하나를 발견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다.

고심 끝에 선택한 당신의 수트가 자신의 체형과 맞는지를 파악하는 길은 실제로는 간단하다. 먼저 가장 많은 움직임이 있는 어깨 부분이 (절대 크지도 작지도 않도록) 정확히 맞으면서 동시에 편안한지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수트의 생명은 실로 어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음에는 허리 둘레를 맞춘다. 허리 부분이 빙빙 돌아가지 않도록, 버튼을 잠갔을 때 너무 느슨하지 않고 적당한 긴장감을 주는 것이 알맞는 사이즈다. 그리고 수트의 소매는 대개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 더 짧아야 맵시가 난다. 수트를 입었을 때 소매 끝으로 셔츠가 1.5~2cm정도 보이는 것이 정통 수트의 변함없는 법칙이다.

마지막으로 지금보다 반드시 바지를 짧게 입으시라. 스타일이 뛰어난 전세계 남자들, 대표적으로 영국의 찰스 황태자나 007의 제임스 본드의 바지 길이는 구두를 살짝 덮을 정도일 뿐이다. 구두를 완전히 덮을 정도로 바지가 길어야 키가 커 보인다는 소문은 결코 믿어서는 안될 낭설이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많은 남성들이 아침에 세탁돼 있는 순서에 따라 습관적으로 수트를 걸치지만, 이 옷은 그처럼 쉽게 입는 옷이 아니다. 특히 수트는 그것과 함께 하는 셔츠, 넥타이, 구두, 마지막으로는 수트에 어울리는 에티켓까지 그 모든 것을 조화롭게 생각하고 입는 것이 중요하다.

정성을 들인 음식이라면 그것을 담아내는 그릇에도 빈틈이 없어야 하는 것처럼 능력과 지성을 존중하는 남자의 품위는 올바른 수트 차림에서 시작된다. 수트란 옷을 넘어서서 과연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상대에게 의사 표현하는 파워풀한 자산이다.

입력 : 2008.02.02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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