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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178, 몸매 32-22.8-33… 마네킹 왜 이리 말랐지

venhuh 2008. 2. 3. 12:15

키 178, 몸매 32-22.8-33… 마네킹 왜 이리 말랐지

패션 마네킹, 현실감 없지만 소비자 구매욕 자극
거의 일본산… 마네킹 화장해주는 직업 최근 인기
우주복 개발, 車 충돌 테스트, 의료용 첨단 제품도

조정훈 기자 donjuan@chosun.com
입력 : 2008.02.02 00:36 / 수정 : 2008.02.02 15:51


영화 '나는 전설이다(I am legend)'에서 뉴욕에 혼자 살아남은 주인공 네빌(윌 스미스)은 마네킹을 향해 "제발 내게 안녕이라고 말해줘"라고 외친다. 생명이 없지만, 인간을 본 따 만든 까닭에 그에겐 지독한 외로움을 달래줄 대상으로 투영된다. 마네킹을 보고 공포를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애정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영화 '섹스 마네킹'을 비롯해 마네킹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거나 주요 모티브로 자주 사용되고 있다.

쇼윈도에 멋진 포즈로 서 있는 패션마네킹을 비롯해, 첨단 과학 발전에도 한몫을 하고 있는 마네킹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너무 날씬한 마네킹

마네킹이 입고 있는 멋진 옷을 사서 입었는데, 실제로 입어보면 '마네킹이 풍겼던 분위기'를 찾아보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 그럴까? 바로 마네킹이 현실과 동떨어진 '사이즈'로 제작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여성복용 패션 마네킹은 대부분이 길쭉하고 마른 체형이다. 마네킹 제작·유통업체인 동경스타일마네킹의 김경현 부장은 "현재 키 178㎝, 가슴둘레 32인치(81.3㎝), 허리둘레 22.8인치(58㎝), 엉덩이둘레 33인치(83.8㎝) 정도 사이즈의 마네킹이 패션용 전신마네킹의 대표적인 크기"라고 말했다.

실제와 비교해보면 어떨까?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이 지난 2003년부터 2년간 조사해 발표한 '한국인 표준 사이즈'에 따르면 20대 여성의 평균 신체 치수가 키 160㎝, 가슴둘레 82.2㎝, 허리둘레 67.3㎝, 엉덩이둘레 90.8㎝였다. 2007년 미스코리아 본선 진출자들의 평균 키가 170.4㎝, 몸매는 '34(86.4㎝)-24(61㎝)-35(88.9㎝)'였다는 점과 비교해도 마네킹이 훨씬 마른 체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남자마네킹의 키는 보통 185㎝. 한국 20대 남성의 평균 키(173.2㎝)보다 12㎝ 정도 크다.

  • 서울 시내 한 백화점 여성복 매장에 진열된 마네킹들. 하나같이 비현실적으로 마른 체형이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동서울대학 의류학과 최경미 교수는 "의류 전시에 사용되는 패션 마네킹의 경우 실제와는 동떨어진 마른 체형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는 현실감이 떨어지더라도 감성적으로 더 멋있게 보여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하고자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네킹들이 대부분 서양인 얼굴을 하고 있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전시하려는 의류가 '서양식'인 까닭도 있지만, 서구형 미인을 동경하는 풍토가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2006년 '말라깽이' 모델 퇴출 조치를 취했던
스페인은 정부와 패션업계가 손을 잡고 '말라깽이 마네킹'도 없애자는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사이즈로 38(한국의 S)이상의 옷을 입을 수 있는 마네킹들만 진열할 수 있게 하겠다는 내용이다.

◆패션마네킹 시장

사람과 비슷한 패션 마네킹은 주로 FRP(유리섬유 강화 플라스틱)이나 우레탄으로 만든다. 전신 마네킹을 기준으로 재질에 따라 10만~30만원 정도 수준이다. 전시용이 아닌 의류제작용 마네킹(보통 '바디'라고 부른다)의 경우 바깥에 원단을 붙이는 작업이 까다로워서 더 비싸다. 국산은 40만~60만원, 수입제품은 200만원 정도 한다. FRP마네킹의 무게는 보통 10㎏ 정도. 택배로 보낼 때는 1만~1만5000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국내 마네킹 유통업체는 100여개로 추산된다. 상당수가 동대문 의류상가 인근에 몰려 있다. 직접 제작을 하는 업체는 10여개 안팎이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패션 마네킹은 원산지가 일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네킹을 만들기 위한 형틀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만 2000만원 정도. 하지만
일본 마네킹을 들여와 그대로 틀을 뜨면 500만원 정도로 경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일부 의류업체는 자사의 브랜드 통일성을 위해 마네킹까지 수입해 쓰기도 한다. 한국디스플레이협회 김연순 이사는 "의류업체인 GAP의 경우
미국에서 사용하는 마네킹을 그대로 들여와 백화점 상품 전시에 활용하고 있다"며 "유명 속옷 브랜드 회사들도 소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해 자체 마네킹 개발에 힘을 쏟는다"고 말했다.

마네킹 메이크업 전문가도 있다. 마네킹에게 사람처럼 화장을 해주는 사람들이다. 마네킹의 표면을 샌드페이퍼로 갈아내 '화장이 잘 먹도록' 만들고, 유성페인트를 사용해 화장을 하는 방식이다. 붓과 스프레이를 사용한다. 최근 들어 새로운 유망직종으로 각광 받고 있다.

패션전문가 마리 데이비스(Davis)에 따르면 인체형상에 옷을 입힌 것은 이집트시대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지금처럼 마네킹이 대중화된 것은 유럽의 산업혁명 이후다. 보다 많은 옷을 팔기 위해 마네킹을 이용했고, 100여년 전쯤 지금과 같은 형태의 마네킹이 등장했다.

◆마네킹은 과학

마네킹은 패션 산업뿐만 아니라 과학 발전에도 큰 공을 세우고 있다. 지난 2004년 유럽우주기구(ESA)와 러시아과학원은 우주정거장에 80㎏짜리 '마트료시카(인형 속에 인형이 계속 들어있는
러시아의 전통 목각인형에서 따온 이름)'라는 마네킹을 보냈다. 이 마네킹은 정거장 외부에 묶여 인간 대신 우주광선(빅뱅 후 남겨진 에너지 입자로 방사능이 나온다)의 영향을 체크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새로운 우주복 개발에 마네킹이 한몫한 것이다.

자동차 안전테스트 등 충돌실험에 쓰이는 마네킹은 '더미(Dummy)'라고 불린다. 성인 남성을 대신하는 더미는 1m78,78㎏이다. 각 부위에 센서를 부착해 충돌할 때 얼마나 충격을 받는지 체크한다. 머리는 알루미늄을 고무로 싼 형태이며 가속도 감지 센터가 장착돼 있다.

어느 부분에 충격을 받느냐에 따라 정면 더미, 후면 더미, 측면 더미로 나뉜다. 정면 더미는 6000만~7000만원, 후면 더미는 8000만~1억원 정도다. 3세, 6세 등 어린이 크기에 맞춘 더미도 있지만 가격은 정면더미와 똑같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현재 100여개의 더미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어떤 종류의 더미를 보유하고 있는지는 기밀이다. 어떤 종류의 더미가 더 늘어나는지 살펴보면 그 회사가 어떤 분야의 기술 개발을 하고 있는지 노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마네킹은 의학용, 인명구조 훈련용으로도 쓰인다. 심폐소생술 마네킹, 인공호흡 훈련용 마네킹, 심실제세동(전기 쇼크를 이용해 심장이 정상적으로 박동하지 않고 가늘게 떨리는 현상을 없애는 것) 실습용 마네킹, 구조훈련용 마네킹 등도 제작된다. 형태와 성능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심실제세동 실습용 마네킹은 600만~700만원, 심폐소생술 마네킹은 200만원 정도다. 정교한 시뮬레이터기능을 갖춘 마네킹은 9000만원에 이른다. 실제와 거의 똑같은 상황에서 훈련할 수 있어 그 효과가 크다.

마네킹은 드라마나 영화에도 출연한다. 의학드라마 '하얀거탑'에서 수술을 받은 '환자'는 마네킹이었다. 언뜻 보면 진짜 사람처럼 보이는 정교한 마네킹을 만드는 데 2500만원 정도가 들었다. 실리콘 재질이며, 심장이나 창자 등은 사람의 장기와 비슷한 돼지의 것을 채운다.

실물과 똑같은 마네킹 개발은 '엉뚱한' 방향으로도 흐른다. '리얼 돌(Real Doll)'로 불리는 인형들은 감촉도 실제 인간과 비슷하고 눈, 혀, 성기까지 갖춘 경우도 있다. 인간과 비슷할수록 값이 비싸
일본에서는 수천만원대 제품도 나왔다. 풍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국내에는 공식적으로 수입이 금지돼 있다.

  • 29일 오후 소공동 롯데백화점의 여성복매장앞에 세워진 마네킹들이 인제보다 더 긴 다리와 더 작은 머리를 자랑하며 서 있다. /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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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닮았다는 이유. 영화 주제로도, 혹은 조연으로도 출연하는 이유는? 외형이 닮아서 거기에 인격만
가미한다면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겠죠?^^ 그외 여러 용도로 쓰이고 있군요. 우주과학, 실험,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미래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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