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스토리/과거로의 여행

[유럽여행기] 프랑스 칸에 도착...

venhuh 2008. 1. 21.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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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5월 3일. 난 빠리를 향하는 기내에 있었다.
12시간의 장정속에 몇번이나 잠이 들었을까..

'웅~'하는 기체의 소음이 익숙해진지 오래, 기내는
조용하고 어두웠다. 뒤를 돌아보니 모두 잠이 들거나
좌석앞의 TV화면을 바라보거나.. 내 좌석앞의 모니터에도
이미 세번째 같은 장면의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다.

'실례지만, 와인 한잔 주시겠어요?..'
마침 통로를 지나는 파란눈의 스튜어디스에게 조용히 말을 건넸다.
이내 차가운 액체기운이 몸안을 스며들었다. 그제서야
잠이 깬듯.. 뒤척이다가 창밖을 무심코 내다보았다.
온통 구름밭이었다. 액정화면의 메뉴를 눌러 현재의
위치를 보니 '우랄알타이(?) 산맥'을 지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꽤나 멀긴 멀군...' 다시 하품이 쏟아졌다.

뭔가 웅성거리는 소리에 다시 잠이 깼다. 기장의 안내방송이었다.
좌측으로 기울여지는 기체를 느끼고 창밖을 보니 어느새
비행기는 빠리상공을 선회하고 있었다. 멀리 내려다 보이는 빠리의
풍경...

샤를드골공항에 내려 다시 니스를 향하는 국내(프랑스)선 비행기를
갈아탔다.

두시간여 다시 비행을 하는 동안 유럽의 저녁과 밤이
교차되며 창밖의 노을아래 근사한 바다의 정경이 인상깊게
시야에 들어왔다. 드디어 도착지인 니스공항의 모습이
멀리 보이기 시작했다.

역시 예술의 나라라는 느낌은 밤의 조명, 그 아름답고도
황홀한 색체에서 느낄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받는 순간이 이어지고.. 마침내 기체는
바다끝에서 육지로 이어지는 작은 공항에 서서히 내려않기 시작했다.

밤 9시가 넘는 순간 두개의 여행가방을 들고 공항을 나섰다.
남프랑스 지중해의 신선한 공기가 코를 통해 심장을
움직였는지,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멀리 택시승강장이 보이길래 손짓을 했다. 벤츠리무진이
내앞에 서서히 다가서더니 기사가 내린다. 가방을 트렁크에
실어주며 문까지 열어주는 친절함을 보였다.
뒷좌석에 않으며 기내에서 외워두었던 어색한 프랑스어로
'칸(깐느), H호텔 실부쁠레..'하니,
'위, 메르씨보꾸'하며 미소를 지으며 차를 몰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내가 프랑스에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낮동안의 일을 어느정도 마치니 어느새 밤이 되었고,
다음날이 주말이라 호텔에서 난 지도를 펴놓고 어딘가를 찾고
있었다. 테이블에는 낮에 렌트한 차키와 적포도주 한병이 놓여져
있었다. 지도에서 뭔가를 찾고 난뒤 TV를 틀어보았다.
알 수 없는 언어로 뭔가를 떠들어대는 사람들, 현란한 CF와 드라마,
갖가지 케이블방송들...

시계를 보았다. 밤 11시가 되었다. '이제.. 뭐하지?..'
긴 여정에도 잠은 안오고 내일 해야 할 일 준비도 끝난
상태라 도무지 뭘 해야 할 지 갑자기 막막해진 것이다.
'참, 산책을 .. 해도 되는거지? 허~'

그렇다. 막상 늘 해야 할 일이 쌓여 있었던 서울에서의
생활에서 갑자기 머나먼 이국, 그것도 5일여 동안이나 남은
나머지 직원들을 기다리는 동안의 시간이 내게는 절호의
'휴가'라는 생각을 깜빡 잊고 있었던 거였다.

간단한 외출복 차림으로 옷을 갈아입고 호텔밖을 나섰다.
'후~' 서울하늘과는 비교할 수 없는 지중해의 신선한
공기에 가슴까지 시원해짐을 느낄 수가 있었다.

해안가를 향해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5분여를 걸었을까..
늦은 밤인데도 손님이 북적거리는 선술집과 그야말로
유럽풍의 주택가를 가로질러 바다가 보이는 부두거리에
도착했다.

해안가를 따라 게중에 가장 운치가 있어 보이는
술집의 노상에 놓여진 벤치를 발견하고 자리에 않았다.
술집앞의 부두에 갖가지 형태의 요트들이 즐비하게
주차(?)되어 있는게 인상적이라는 생각을 하며...

하얀 슈트차림의 웨이터가 다가서길래, 입안에서 느끼는 신선함이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이 강하다는 바디와 포도맛이 조화를 잘
이룬다는 엉트르드메르(Entre-Deux-Mers) 한병을 주문했다.
(와인을 잘 모르지만, 이때 느꼈던 와인의 맛에 그때부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잠시 후 와인 한잔을 차분히 들이키고 나서야 편안한 마음으로 바다를
바라볼 수 있었다. 그때서야 비로소 머나먼 타국에서의 혼자만의
파티를 시작할 수 있었다. 지중해 바다의 수면과 건배를 하고
그 신선한 공기와 함께 그 달콤한 향기의 와인잔을 기울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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