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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명예 CEO’ 약인가 독인가

venhuh 2008. 1. 11. 12:38

Issue |연예인 ‘명예 CEO’ 약인가 독인가

이코노믹리뷰|기사입력 2008-01-11 00:33 |최종수정2008-01-11 12:30


자의든 타의든 연예인 ‘명예 CEO’가 때아닌 논란을 빚고 있다.

연예인의 창업 열풍이 거세지며 CEO로의 변신을 꾀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터져나온 언밸런스한 악재다.

인기와 부의 영속성을 자신할 수 없는 연예인들. 그리고 연예인의 지명도를 활용해 쏠쏠한 홍보 효과를 노리는 기업들 사이에 상관관계가 작용하면서 기업시장에 적잖은 ‘연예인 명예사장’이 양산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일부에선 실제 기업의 소유주이지만 ‘얼굴마담’역할을 하는 연예인의 행태에 대한 비난까지 문제삼아 이들마저 ‘명예 CEO’로 규정하는 풍조가 생겨나는 분위기다.

개그맨 정준하 씨의 ‘술집 얼굴마담’사건은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연예인 명예사장의 전형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만하다.

“대중적 인지도로 매출 창출은 부도덕”

그는 무한도전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대놓고 자신을 ‘술집 CEO’라 말하며 같이 출연한 패널들과 해당 술집에 관계된 농담까지 주고받으며 웃음의 소재로 이용했다.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은 그가 운영하는 술집에 관심을 갖게 됐고 실제로 강남에 위치한 그 술집에 손님들이 방송 이후 많이 몰렸을 정도다.

연예인이라는 대중적 인지도가 마케팅 작용을 한 셈이다. 물론 여성접대부를 고용하고 탈세한 혐의가 인정되면서 그의 말이 거짓이라는 결론에 귀결된 상태지만 해당 술집은 ‘명예사장’덕을 톡톡히 본 것만은 분명하다.

결혼정보 업계의 연예인‘얼굴마담’활용 실태는 더 심각한 상황.

전원주 씨를 대표이사로 소개한 C업체를 비롯해 왕년의 스타 엄앵란 씨를 대표로 내세운 D사, 여기에 재혼전문 업체를 표방한 중견탤런트 김영란 씨의 H사 모두 실제 경영자가 따로 있고 이들 연예인은 이름만 사장직에 올려진 것으로 밝혀졌다.

마케팅에 활용한 것 자체를 문제삼을 순 없지만 실제 경영주가 아닌 연예인을 마치 대표이사인 것처럼 포장해 소비자들을 끌어들인 행태는 도덕적 비난의 대상이 될 법하다.

특히 H사의 경우 유부남을 소개해준 내용 등이 TV 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지면서 문제가 커지자 뒤늦게 김영란 씨를 대표이사로 등재하는 수순을 밟아 의심을 더 사고 있다.

사실 이 같은 연예인 명예CEO 사례는 과거에도 다단계나 방문판매 시장에서 종종 회자돼 왔다.

지난 2004년 중견배우 N씨는 다단계 및 방문판매 업체인 R사의 회장직에 이름만 올려놓았다가 R사가 불법 영업을 한 것이 검찰에 적발되자 해외로 도피, 수십 년에 걸쳐 쌓아온 명성에 흠을 남겼다. 당시 R사의 판매원들은 하부 회원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영화배우인 N씨가 자사의 회장으로 있다며 상당수의 회원을 모집하는 데 활용했었다.

앞선 2003년에는 트로트 가수 Y씨가 직접 통신 다단계 회사인 S사를 차려 CEO 행세를 했으나 불법 영업이 적발돼 경찰에 구속된 후 2500만 원의 벌금을 물고 풀려났다.

그러나 당시 Y씨는 불법 영업 사실을 모른 채 실질 경영에도 크게 관여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연예인의 명예CEO에 대해 딜로이트컨설팅의 김경준 전무는 “연예인의 대중적 인지도를 활용해 특정회사의 기업가치를 의도적으로 높이는 행위는 일종의 사기행위로 볼 수 있다”며 “연예인이 CEO의 위치에 있기 위해서는 사업 노하우가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연예인들의 인터넷 쇼핑몰 사업 진출을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연예인들 사이에 주목받는 쇼핑몰 사업은 이혜영 심은진 김준희 박경림 박수홍 전진 등 웬만한 인기 연예인이라면 하나 정도는 갖고 있을 정도로 필수 부업 아이템으로 자리 잡고 있는 상황.

하지만 이런 쇼핑몰의 운영과 관련해 실제 운영자를 따로 두고 해당 연예인은 카달로그에만 등장하는 경우, ‘명예사장’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연예인을 신뢰해서 상품을 산 소비자들이 선의의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지난해 8월 탤런트 김규리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쇼핑몰 ‘귤(GULL)’에서 일명‘짝퉁’모자를 팔다가 원수입사로부터 고소를 당하는 소동을 겪었다.

김씨는 고소를 당하자마자 그 때까지 판매된 가짜 상품을 회수하고 환불 조치하는 등 발빠른 조치를 취했지만 팬들(소비자) 입장에서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격이 됐다. ‘김규리’라는 이름이 주는 신뢰성 때문에 믿고 샀지만 결과적으로 배신을 당한 꼴이다.

당사자인 김씨는 “그 제품이 명품인지도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오히려 명예 CEO 가능성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남겼다.

그렇다면 연예인을 앞세운 기업홍보 행태가 비난만 받을 사안인가.

브랜드마케팅 기업 브랜다임의 황부영 대표는 연예인이 기업의 CEO 위치가 아닌 홍보대사(홍보이사)나 마케팅 임원의 직급이라면 적극적인 기업홍보 활동도 무난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연예인을 CEO로 활용하면 큰돈을 들이지 않고 기업이나 기업의 제품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쉽게 시장경쟁에 낄 수 있는 이점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해당 기업이 연예인에게 직접적인 경영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면 홍보이사로만 활용하는 게 도덕적으로 맞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명예 CEO’를 탈피하면서 기업과 연예인이 윈-윈하는 방법으로 전문가들은 연예인의 이미지가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합치돼야 한다는 점을 우선시하고 있다.

장기적인 비즈니스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연예인이 갖고 있는 이미지나 경험 등이 기업의 가치와 최소한 어울리는(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는 관점이다.

황부영 대표는 “국가보훈처가 최근 나라사랑 홍보대사로 독립유공자 후손인 송일국 씨와 송대관 씨를 위촉한 것은 유명인의 이미지나 히스토리가 국가보훈처의 브랜드 가치와 합치됨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소개하면서 “유명하다고 해서 원더걸스를 보훈처의 홍보대사로 선정하면 어울리지 않는다.

기업의 연예인 활용도 이처럼 가치합일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미지-기업가치 일치해야 바람직”

기업과 연예인의 가치 충돌이 없다면 다음 단계로는 해당 연예인이 갖고 있는 여러 경험이나 일화, 특성, 성격 등이 그 기업의 브랜드가 주고자 하는 소비자 경험에 녹아드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모범적인 결혼 생활을 한 연예인을 결혼정보 회사가 홍보대사로 위촉하는 것이 단순히 유명세가 높은 연예인을 쓰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논리다. ‘명예 CEO’로 내세웠지만 연예인 당사자가 이혼해 기업의 가치를 떨어뜨린 옥소리 사건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기업경영에 있어 ‘명예사장’연예인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기업 내 연예인의 위치를 ‘라이선싱’단계보다는 ‘머천다이징’과정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주로 연예인의 얼굴(이미지)만 팔고 이름을 걸어주는 것이 ‘라이선싱’이라면 얼굴만이 아닌 제품화시키는 과정에 연예인이 참여하고 이후 유통과정까지 책임지게 하는 단계가 ‘머천다이징’이라는 관점이다.

외식 프랜차이즈(김밥집 등)나 고깃집 같은 경우 연예인의 얼굴만 걸고 일정 부분 수입을 챙기는 경우가 많은 데 이 경우가 대부분 라이선싱 관점에서의 경영참여이다.

반대로 연예인 출신으로 색조화장품 업체를 경영하는 외국의 바비 브라운이나 전직 유명 출판인 출신 ‘살림의 여왕’마사 스튜어트처럼 자신의 브랜드를 사업에 투입시켜 제조와 판매에까지 참여하는 케이스가 머천다이징형 CEO라 할 수 있다. 결국 ‘명예CEO’냐 아니냐는 연예인의 활용방식에 달린 셈이다.

■사례1■

“전 사장이 아닙니다. 제가 데려온 손님들에 대한 일정금액을 받는 단지 얼굴마담이에요.”

2007년 9월 개그맨 정준하. MBC‘거침없이 하이킥’과‘무한도전’의 흥행으로 2007년을 최고의 한 해로 보낸 그지만 불법영업을 한‘술집CEO’라는 오명을 벗어나고자 자신을 얼굴마담에 빗대어 표현했다.

■사례2■

“옥소리 씨는 대표가 아닙니다. 실질적으로 일한 것이 없죠. CEO는 따로 있어요.”

같은 해 10월 W웨딩업체 대표 백모 씨. 옥소리와 함께 공동대표로 나서 웨딩사업을 벌이던 중 박철·옥소리 부부의 이혼소식으로 자신의 사업에 피해를 입었다며 옥소리와의 사업 연관성을 부인했다.

■사례3■

“광고모델인 탤런트 전원주 씨는 실제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2007년 12월 공정위. 전원주가 자사의 대표이사라고 홈페이지를 통해 공공연히 선전해온 C웨딩업체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다.


김진욱 기자(action@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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