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인터넷/블로그 이야기

주류 언론의 그늘, 블로거들이 밝힌다

venhuh 2008. 1. 8. 10:20
주류 언론의 그늘, 블로거들이 밝힌다
[미디어다음 블로거 기자상 수상식 참관 후기] 누구나 미디어를 소유할 수 있는 시대
2008년 01월 07일 (월) 13:43:02 이정환 기자 ( black@mediatoday.co.kr)

지난 4~5일 제주도에서 '미디어다음 블로거 기자상'  심사위원과 수상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1박2일에 걸친 이들의 만남 후기를 싣는다. /편집자

지난해 미디어다음 블로거기자상 대상은 쓰레기 시멘트 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발해 온 최병성 목사에게 돌아갔다. 최 목사의 대상 수상 소식이 알려지자 검증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는 시멘트 회사들의 반론이 제기됐고 블로거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확산됐다. 

문제의 쓰레기 시멘트는 철광석과 규석, 점토 등의 비싼 천연 원료 대신 일본 등에서 들여온 폐 타이어와 발전소 석탄재 등 값싼 산업 폐기물을 석회석과 섞어서 쓴 것이다. 최 목사는 이 시멘트가 고온 소성 과정에서 암과 아토피의 원인이 되는 6가크롬을 다량 함유하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소성로에 들어가기 위해 야적돼 있는 산업 쓰레기들. 최병성 목사 사진.  
 
최 목사는 일본에서 들여온 산업 쓰레기가 소성로에 들어가는 과정을 직접 사진으로 찍어 고발했고 자비를 들여 성분 분석을 의뢰하는 등 시멘트 회사들과 전면전에 들어갔다. 문화일보 등 일부 언론이 최 목사의 자료를 넘겨받아 추가 취재에 들어가 기사를 내보냈고 환경부는 쓰레기 시멘트를 합법화하는 법안을 입법예고했다가 보류하고 민간합동조사반을 꾸리기도 했다.

한편, 쌍용양회 등 시멘트 회사들은 블로거들을 초청해 자사 입장을 홍보, 블로거들 사이에 논쟁을 촉발시키기도 했다. 아직까지도 이 논란은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미디어다음 최정훈 본부장은 "최 목사 주장의 적실성과 명예훼손 여부 등을 놓고 내부적으로 많은 고민을 했지만 공익적 문제제기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명예훼손의 두려움 때문에 문제제기 자체를 막을 수는 없었다"는 이야기다.

블로거기자상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건국대 황용석 교수도 "우리가 과학을 통한 경험적 증거를 저널리즘 행위의 필수조건으로 삼는다면 아마도 기자들은 현장이 아닌 실험실 프린터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블로거의 법적 책무의 유무를 넘어서서 그가 제기한 이슈의 중요성과 그 이슈가 누구의 시선으로 만들어졌는가를 고려했다"면서 "최 목사의 주장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인 국민의 알권리와 행복추구권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최 목사는 "지금까지는 아무리 옳은 일이라 하더라도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는 신문과 방송에 수차례 보도 자료를 돌리고 아쉬운 부탁을 해야 겨우 기사가 실렸는데 그러나 블로그라는 새로운 세상에선 그 누구의 도움이 필요하거나 아쉬운 부탁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4일 제주도 다음 글로벌미디어센터에서 열린 2007 블로거기자상 시상식에는 최 목사를 비롯해 무브온21, 몽구, 양깡, 익스트림무비, 달리, 맛객 등 유명 블로거들이 대거 참석했다.

   
  ▲ 몽구, 김정환씨.  
 
몽구라는 아이디를 쓰는 김정환씨는 지난해 이천 군부대 이전 반대 시위 과정에서 새끼 돼지를 능지처참한 사진을 단독 보도, AFP통신에 제공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경향신문 이재국 차장과 함께 보름의 일정으로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산과 빅토리아 호수 등을 공동 취재하고 돌아왔다. 취재 경비는 전액 미디어다음에서 지원했다. 김씨의 기사는 경향신문과 미디어다음에 공동 게재된다. 미디어다음은 블로거들의 취재 능력 강화라는 차원에서 기존 미디어와 블로거들의 협력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정치시사전문블로그를 표방한 무브온21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난 뒤 정치 관련 포스팅을 전혀 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친노 성향의 웹진 서프라이즈 칼럼니스트들이 주축이 된 팀 블로그 형태의 무브온21은 팀원들이 다른 곳에 올린 글을 옮겨다 싣는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경찰은 이런 퍼온 글이 의도적으로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불법 행위라고 판단했다. 무브온21은 IT업계의 살인적인 노동강도와 야근 문제 등에 대한 취재 기사를 내보내 호응을 얻었다.

'익스트림무비'는 영화전문 팀 블로그다. 호러 영화 동호회에서 출발한 이 블로그는 8명의 칼럼니스트가 활동하고 있는데 하루 평균 페이지뷰가 3만~4만 건에 이른다. 미디어다음 메인 화면에 링크라도 되는 날이면 15만 건을 훌쩍 넘어선다. 지금까지는 비영리 사이트로 운영돼 왔지만 최근 구글 광고를 삽입하는 등 본격적인 영리 사이트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헬스로그'라는 의학 전문 블로그를 운영하는 양깡은 공중보건의로 재직 중인 현직 의사다. 그는 잘못된 의학 정보가 넘쳐나는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직접 블로그를 개설했다. 그는 의사들이 사회와 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새해에는 뜻이 맞는 의사들과 모여 닥블이라는 의학 전문 메타 블로그를 운영할 계획이다. 의사들이 독자들과 눈높이를 맞춰 쉬운 글을 쓰는데 익숙하지 않아 어려움이 많지만 의사들이 언론의 힘을 빌리지 않고 직접 자신들의 주장을 펼쳐놓기 시작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양깡은 병원 로비에 커피숍을 개설한 동료 의사의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우리도 하루 10명 정도 환자를 받으면서 상담도 하고 꼼꼼히 진찰도 하고 싶죠. 그런데 수가가 낮아서 그렇게 해서는 먹고 살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5분마다 한명씩 환자를 보고 커피숍으로 부업도 하고 하는 것이죠. 의료 산업화 논리도 문제가 있지만 낮은 의료수가와 질 낮은 서비스도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 달리, 이용한 시인.  
 
'구름과 연어 혹은 우기의 여인숙'이라는 여행 전문 블로그를 운영하는 달리는 실천문학으로 등단한 이용한 시인이다. 그는 시 쓰는 걸로 먹고 살기 힘들어 여행전문서적 등 잡문을 쓰기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 그의 블로그에는 티벳과 몽골 등을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과 단편적인 감상이 담겨 있다.

맛객의 본업은 만화가다. 초등학생들 교육용 만화를 그린다. 그러나 그가 본업보다 사랑하는 것은 맛집 탐방이다. 요즘은 미니홈피나 블로그나 음식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게 유행처럼 됐지만 맛객의 '맛있는 인생'에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맛집들이 소개돼 있다.

   
  ▲ 맛객.  
 
미디어다음 블로거뉴스의 최대 경쟁력은 외부 블로거의 피딩을 허용한다는데 있다. 다음 블로그가 아니라 심지어 네이버 블로그라도 미디어다음 블로거뉴스에 송고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최정훈 본부장에 따르면 이런 아웃링크 방식은 미디어다음 내부에서도 많은 논란에 부딪혔다. 최 본부장과 고준성 실장이 반대하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만나면서 설득에 나섰다.

언뜻 트래픽을 외부로 유출하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미디어다음에서도 결코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다.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본부장은 "과거에는 언론이 전문가들의 말을 듣고 취사선택해서 기사를 썼지만 이제는 전문가들이 직접 말을 하는 시대가 됐다"면서 "전문가들 블로그가 늘어나면 거꾸로 기존 미디어가 블로그를 인용 보도하는 경우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다음은 한때 직접 취재 기자를 두고 기사를 생산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취재 기자 10명 남짓이 모여 하루에 기사 10여 건을 직접 쓰는 것보다는 수천, 수만 명의 블로거 기자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적응하지 못한 일부 취재기자들은 미디어다음을 떠났고 남은 기자들은 편집자로 변신했다.

2006년 블로거기자상과 비교하면 2007년은 양적으로 풍부해진 것은 물론이고 콘텐츠의 질이 훨씬 개선됐다는 평가가 많다. 현장 취재를 하는 블로거들도 나타났고 전문가들의 블로깅도 확산되는 추세다. 서울신문을 비롯해 기존 미디어의 기자들이 블로거뉴스에 피딩하는 경우도 있다. 독자들은 천편일률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스트레이트 기사보다 기존 미디어에서는 볼 수 없는 취재 뒷이야기와 기자들의 주관이 담긴 분석과 전망에 더 열광한다.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 전문 미디어를 표방하는 미디어다음 블로거뉴스의 올해 변화와 성과가 주목된다.
최초입력 : 2008-01-07 13:43:02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