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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은 왜 광고 속에만 있나

venhuh 2008. 1. 8. 03:02
  • [Why] 그녀들은 왜 광고 속에만 있나
  • 전지현 김남주 고소영 김태희
  • 김소라 스포츠조선 기자 soda@sportschosun.com
    입력시간 : 2007.09.07 23:33 / 수정시간 : 2007.09.08 11:52
    • 전지현, 김남주, 고소영, 김태희의 공통점은? 요 몇 년간 딱히 내세울 만한 대표작이 없는 ‘무늬만 배우’. 하지만 TV 광고 노출빈도에 있어선 따라올 자 없는 ‘CF 퀸’. 작품선택엔 더없이 인색하지만, 광고에선 다양한 품목을 수용하는 ‘친절한 CF스타’다. 작품 속 캐릭터는 선뜻 떠오르지 않지만, 그들이 출연한 광고로는 단막극을 엮을 수 있을 정도. ‘엘라스틴으로 머릿결을 가꾸고 라네즈로 화장한 전지현이 베스띠벨리 정장을 차려입고 17차를 마시며 애니콜로 약속을 잡는다’는 식이다. 잘 포장된 광고 이미지 속에서만 살아있는 ‘광고 전문 배우’들. 그들은 왜 ‘15초 배우’로서만 팬들과 소통하는 걸까.
      문제는 돈이다

      전지현을 비롯한 특A급으로 분류되는 스타들은 광고 한 편에 8억원에 가까운 출연료를 받는다. 투자시간으로 따지면 영화나 드라마 출연과는 비교 불가다. 짧은 시간 들여 큰돈을 벌 수 있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다.

    • ▲ 김태희 /조선일보 DB

    • 영화나 드라마보다 위험부담도 적다. 기껏 공들여 찍은 작품이 망하면 이미지 복구가 힘들지만 광고는 다르다. 잘 짜인 각본 안에서 만들어지는 CF 이미지는 나쁠 수가 없다.

      ‘발리에서 생긴 일’ ‘무적의 낙하산 요원’ 등을 만든 LK제작단의 최병국 제작이사는 “광고에만 매달리기로 유명한 한 여배우는 후배들에게 ‘왜 고생해서 작품 하냐. 나처럼 광고만 찍지’란 충고를 했다가 손가락질 받고 있다”면서 “광고 전문으로 분류되는 배우들은 아예 섭외를 안 한다”고 꼬집었다.

      이들에게도 나름의 고충은 있다

      작품 흥행에 실패하면 기껏 광고로 쌓아 올린 명성에 금이 간다. 또 오랜만에 하는 연기다 보니 연기력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따라서 작품 선택에 더욱 신중해지고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영화나 드라마 출연을 자제한다. 그러다 보니 팬들과 띄엄띄엄 만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 ▲ 고소영. /조선일보 DB

    • 2001년 ‘엽기적인 그녀’로 울트라 히트를 기록한 전지현은 이후 출연한 ‘4인용 식탁’(2003년),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2004), ‘데이지’(2006)로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다.

      김남주 역시 화려한 광고 출연작에 비해 작품은 소박하다. 2001년 영화 ‘아이 러브 유’를 기억하는 이는 드물다. 5년 만에 컴백한 ‘그놈 목소리’가 300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체면을 차렸다.

      고소영은 럭셔리한 광고 이미지에 갇혀 변신 시기를 놓친 대표적 케이스다. 2003년 오랜만에 선택한 영화 ‘이중간첩’이 흥행에 참패한 뒤 고소영은 다시금 광고에 충실했다. 그러다 ‘연기에 너무 소홀한 거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듯 지난해엔 ‘아파트’, 올 초엔 ‘언니가 간다’에 연이어 출연했다. 성적표는 역시나 초라했다. 영화에 연달아 실패하자 고소영은 드라마라는 비장의 카드를 던졌다. 9년 만의 컴백작 ‘푸른 물고기’는 5%란 참담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슬그머니 사라졌다.

      그러자 결코 넘볼 수 없었던 그녀만의 ‘귀족이미지’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만년 ‘CF퀸’ 자리에 균열이 생겼다. ‘더페이스샵’, ‘오늘의 차’, ‘케라시스’ 등을 다른 모델들에게 넘겨줬다.

    • ▲ 전지현. /조선일보 DB

    • 그래도 구관이 명관

      이쯤에서 시청자들의 궁금증 하나. 왜 광고에선 전지현·김태희만 지겹게 봐야 하는가? 신선하고 예쁜 배우들도 많은데?

      광고관계자들은 “이들을 모델로 쓰면 매출이 오르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 광고기획사에서 다른 모델을 추천해도 모험보다는 안정을 택하는 보수적인 광고주들은 효과가 검증된 몇몇 연예인만을 선호한다고 귀띔한다.

      ‘남의 떡이 커 보이는’ 심리도 작용한다. 전지현을 기용한 후 라네즈의 판매실적이 오른다는 반응이 나오면 다른 업종의 광고주들도 그녀를 전속모델로 계약하고 싶어하는 식이다.

      지난 2년간 영화 ‘중천’ 한 편만을 선보인 김태희는 브랜드 컨설팅 전문업체인 브랜드38연구소가 선정한 올 상반기 최고 광고효과 모델로 뽑히면서 LG싸이언과 4년째 재계약을 했다. LG전자는 핫팬츠 차림의 김태희가 막춤 추는 광고가 나간 이후 매출이 올랐다고 자평했다.

    • ▲ 김남주. /조선일보 DB

    • 전지현 역시 겹치기 출연으로 식상하다는 평가가 많지만 8년째 ‘절대강자’로 광고계를 호령하고 있다. 최근 전지현의 섹시한 로데오 광고로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17차’의 경우, 전지현을 기용한 후 지난해 5배 이상의 매출신장을 기록하며 음료시장에 돌풍을 몰고 왔다.

      물론 이들에게도 할 말은 있다

      김남주는 영화 ‘그놈 목소리’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CF도 하나의 작품이고 소중한 작업”이라 말했다. 고소영 역시 영화 ‘언니가 간다’ 인터뷰에서 “쉬기만 한 게 아니고 일의 연장선상에서 광고를 찍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들이 광고 이미지에 기대 지금의 위치에 온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배우는 작품 속에서 살아 숨 쉰다. 작품을 통해 존재 가치를 인정받는다. 이들이 15초 광고의 틀을 박차고 나와 진정 어린 ‘150분 배우’로 거듭나길 팬들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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