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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모델이 남성모델보다 많이 버는 이유는…

venhuh 2008. 1. 8. 02:58
어느 저명한 경제학자를 위한 파티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파티 참석자중 한 사람이 경제학자에게 한 마디 가르침을 부탁했다. 그 경제학자는 “경제적 진리는 많지만, 보통사람들이 이해하도록 설명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것들도 결국 따지고 보면 역사를 통해 거듭 증명된 한가지 단순한 사실로 귀결됩니다. 즉 ‘세상에는 공짜 점심이란 없다(There i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한 패션쇼에서 여성 모델들이 새 의상을 선보이고 있다. 여성 모델이 남성 모델보다 몸값이 비싼 이유는 여성패션산업의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연합


모든 선택에는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다시 말해 뭔가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원칙을 한 마디로 표현한 것이 ‘공짜 점심’이다. 그러나 공짜 점심은 생각만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은 아니다. 미국 대학생들에게 기회비용에 관한 4지선다형 문제를 내고 풀어보게 했더니 경제학 과목을 수강한 학생의 7.4%만 정답을 맞췄다고 한다. 경제학 과목을 듣지 않은 학생들의 정답률이 17.2%로 더 높았다. 2005년 미국경제학회 연례총회에서 199명의 경제학자들에게 문제를 풀게 한 결과도 정답률이 21.6%에 그쳤다. 연필을 굴려서 답을 찍을 때 나올 수 있는 정답 확률 25%보다 낮았다.

저자인
로버트 프랭크 교수는 ‘끔직한 그래프와 수식’들로 채워져 있는 경제학 과목의 교육방식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기회비용’같은 기본 개념들은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경제학에 대한 흥미만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한 번 배우면 ‘10년 뒤에도 잊히지 않는’ 독특한 수업방식을 개발했다. 학생들에게 일상 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익숙한 경험들을 골라 이를 경제 논리로 설명하라는 과제를 내준 것이다. ‘이코노믹 씽킹’은 그 결과물을 모은 책이다.

일상의 경험을 설명할 때 가장 유용한 경제 개념은 무엇일까. ‘안락의자의 경제학자(The armchair economist)’의 저자인 스티븐 랜즈버그는 “경제학은 다음의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인센티브에 반응한다(people respond to incentives)’. 그 외의 것은 모두 부가적인 설명에 불과하다”고 했다. 프랭크 교수는 랜즈버그의 ‘인센티브’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비용·편익의 원리’를 들었다. ‘어떤 행위든 그에 따르는 추가비용보다 그로부터 얻는 편익이 큰 경우에만 합리화된다’는 간단한 원리가 ‘모든 경제학 개념의 모체(母體)’이자 세상의 모든 비밀을 푸는 열쇠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유팩은 사각형이고 음료수 캔은 원통형인 이유는 우유를 저장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음료수 캔은 일반 선반에 진열할 수도 있지만 우유팩은 반드시 냉장 유리장에 넣어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같은 공간에 더 많은 물량을 담을 수 있는 사각형 팩을 사용하는 것이다. 여성복의 단추를 왼쪽에 다는 전통이 바뀌지 않는 것이나 고래와 코뿔소 같은 귀한 동물이 멸종위기에 처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공유지의 비극’도 비용·편익 측면에서 풀어볼 수 있다. 비용·편익의 원리를 확대하면 ‘눈먼 돈은 없다(no cash on the table)’는 것 같은 새로운 원리로 이어진다. 쉽게 돈을 벌 기회가 있는데 아무도 그 기회를 잡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미국 술집에선 땅콩 같은 견과류 안주는 공짜로 주면서 물은 돈 받고 파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런가. 짭짤한 견과류를 많이 먹는 사람일수록 맥주나 칵테일을 더 주문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값싼 안주를 공짜로 주는 대신 비싼 술을 더 많이 팔겠다는 것이다. 반면 물을 많이 마신 사람은 술을 적게 주문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물은 돈 받고 팔아야 한다. 컴퓨터 회사들이 소프트웨어를 공짜로 끼워주고, 음식점에서 콜라 같은 청량음료를 공짜로 리필해주는 데서도 ‘눈먼 돈은 없다’는 원리를 확인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일을 이렇게 일일이 경제 논리로 따져봐야 할 이유는 뭔가. 시장에서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지혜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특정 기업의 주가가 저평가돼 있기 때문에 지금 사두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꼬임에 쉽게 넘어가지 않게 된다. 직장을 구할 때 임금이 특별히 많은 곳은 승진이나 작업 환경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짐작도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세상사의 이치를 파고 들면서 평생 지적 모험을 즐길 수 있는 추가 ‘보상’도 있다고 했다. 그런 자부심이 지나쳐 보이지 않는 책이지만 미시적인 이슈에 치우쳐 있어 경제의 큰 흐름을 읽기 어려운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원제 ‘The Economic Naturalist’


[김기천 논설위원
kc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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