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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금 3억으로 어떻게 수천억 주물렀나

venhuh 2008. 1. 6. 05:07

자본금 3억으로 어떻게 수천억 주물렀나

[문화일보   2007-09-03 14:34:53] 

정윤재(43)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비호의혹을 사고 있는 한림토건 대표 김상진(42)씨가 거의 무일푼으로 시작해 수천억원을 주무른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주변을 경악하게 하고 있다. 김씨는 특히 이 과정에서 허위계약서 작성, 토지값 부풀리기 등 거액을 대출받고 이 돈 중 상당액을 개인용도로 착복하거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따라 비자금의 용도 등에 대한 검찰수사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 수천억원을 주무른 각종 수법들

김씨는 지난 2005년 4월 부산 연제구 연산8동 일대 8만8740㎡가 재개발 사업으로 수익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이 사업을 위해 자본금 3억원의 ㈜일건을 창업했다. 김씨는 이 회사를 이용해 같은 해 7월부터 당시 주민들로부터 재개발 동의서를 받기 시작하면서 브리지 파이낸싱(사업 전단계에서 사업수익전망에 따라 끌어들일 수 있는 자금동원방식)으로 재향군인회에 접촉해 수백억원의 투자금을 받았다. 이 자금 중 김씨가 검찰수사결과 개인용도로 착복한 것으로 드러난 것만 225억원에 이르지만 사실상 전체 지원금액은 600억~700억원대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재개발지역 땅 보유를 내세워 시공사로 대형업체 P사를 끌어들였다. 김씨는 P사가 참여한 사실을 십분 활용해 다시 군인공제회 자회사인 대한토지신탁과 P사의 보증 등을 바탕으로 서울 2개의 시중은행으로부터 1350억원과 1300억원 등 모두 2650억원의 자금을 빌렸다. 이율도 연리 5.33~5.44%의 파격적인 저금리였다. 이 돈을 바탕으로 2006년까지 재향군인회 자금을 고리의 이자까지 쳐서 대부분 갚아 돌려 막기를 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토지구입 대금을 허위로 부풀리거나 토지매매 계약을 체결한 적인 없는 토지를 매수한 것처럼 조작하고, 토지매수용역계약서 등을 위조해 용역비를 타내는 갖가지 수법을 사용했다. 또 회사직원 명의로 스카이시티를 창업해 현재의 공원부지인 부산 수영구 민락동 유원지 2만8000㎡을 500억원에 사들이는 과정에서 ‘준주거지로 용도변경하는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 계약금 50억원만 내고 680억원의 거액을 모 지방은행에서 빌리는 저력(?)을 과시했다.

◆ 비자금 조성 의혹

사업실적이 변변찮았던 김씨는 연산동 재개발택지를 개발하면서 급성장했다. 따라서 그 배경에 이 비자금이 크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6년 1월 연산동 재개발 과정에서 조모씨 소유의 137㎡ 토지를 4억4400만원에 매수하기로 하고, 6억1000만원에 계약한 것처럼 계약서를 위조해 차액을 빼돌리는 등 개별용지를 사면서 조금씩 돈을 모으는 횡령방법을 사용했다. 김씨가 지난해 8월26일 정상곤(53) 당시 부산지방 국세청장에게 준 뇌물도 이 같은 비자금의 일부인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또 지난 7월초 김씨의 부산시 금정구 부곡동 회사 사무실이 있는 A타워 빌딩을 압수수색한 결과 사무실 금고 2개에 2억원씩 4억원의 현금 뭉칫돈을 발견하기도 했다. 20003년 토지허위계약서 등을 이용해 기술신용보증기금 등 2개 기관으로부터 보증을 받아 은행에서 불법대출받은 54억원도 김씨가 지난 7월16일 구속된뒤 불과 10일 사이에 다 갚은 것을 보면 축적한 비자금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검찰 측은 보고 있다. 사업추진과정에서 필요할 경우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비자금을 악용해왔을 공산이 크다.

부산 = 김기현·김남석기자

ant735@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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