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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출연 식당의 광고 효과는 태풍보다 크다

venhuh 2008. 1. 6. 04:15
방송 출연 식당의 광고 효과는 태풍보다 크다
[중앙일보   2007-09-19 15:09:56] 
[중앙일보 이여영] 제11호 태풍 나리가 제주와 전남 지역을 강타하던 14일 금요일 저녁 6시. 서울을 비롯한 중부 지방에도 장대비가 몰아치고 있었다. 이런 날씨에 대개 그렇듯, 젊음의 거리 홍대입구는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빼곡히 들어선 공영주차장 골목의 식당들도 일찌감치 파장 분위기였다. 일손을 놓고 물끄러미 바깥을 내다보는 종업원과 점주들 외에 식당을 드나드는 발길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단 한 곳, 돼지족발을 젊은 층의 입맛에 맞게 개량한 ‘진 샐러드 족발’만큼은 상황이 좀 달랐다. 손님이 없는 것은 여느 가게와 마찬가지였지만, 주인인 진용길(50)씨와 그의 아내는 부지런히 음식을 장만하고 있었다. 진씨는 마치 자신에게 다짐이라도 하듯 몇 번이고 거듭해서 “이제 곧 손님이 몰려올 것 같다”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우연찮게 이 곳을 찾은 기자로서는 이런 터무니없는 수요 예측의 근거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진씨는 이렇게 말했다.“못 보셨어요? 한 20분 전쯤 우리 식당이 방송을 탔거든요.”

아닌 게 아니라 이 족발집은 이날 SBS‘생방송 투데이’에 오후 5시 40분부터 10여분에 걸쳐 소개됐다. 낙지 요리 대결 코너에서 이 가게는 ‘낙지족 콩나물 볶음’이라는 신세대형 메뉴를 선보였다. 낙지와 돼지족발을 콩나물에 버무려 매콤하게 볶아 낸 것이다. 방송이 끝난 지 20여분이 지난 오후 6시 10분경까지도 손님의 발길은 여전히 뜸했다. 진씨의 예측은 빗나가는 듯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태풍 앞에서 방송쯤은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았다.

5분쯤 지났을까. 거짓말처럼 상황이 돌변했다. 가게 위치를 묻는 전화가 쇄도하기 시작했다. 전화를 끊기가 무섭게 잇따라 전화가 걸려왔다. 한 시간여 동안 받은 전화만 줄잡아 50여통에 달했다. 시차를 두고 문의 전화가 빗발친 것은 그만한 사정이 있었다. 간접 광고에 대한 규제 탓에 방송에는 식당 상호나 연락처를 적시할 수 없다. 제작진은 대신 해당 프로그램의 홈페이지에 이런 정보를 올려놓는다. 그러니까 방송을 본 다음 인터넷을 뒤져 연락을 해온 것이었다. 이튿날 새벽녘까지 이 식당을 포함해 다섯 개의 상호와 연락처가 소개된 방송 내용 정보의 총 조회 건수는 5000회를 넘어섰다.

근처까지 찾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인한 시차도 있었다. 방송 후 40여분이 흘렀을 즈음에야 손님이 밀어닥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단 손님이 들끓기 시작하자 이내 좌석이 동이 났다. 이런 상황이 폐점 시간인 새벽 2시까지 이어졌다. 방송을 보고 찾아온 손님들도 각양각색이었다. 이 날 가장 멀리서 찾아온 고객은, 가족과 함께 2 시간 동안 빗길을 뚫고 달려온 김재홍(43ㆍ안양시 만안구 석수3동)씨. 그는 “비오는 날 저녁 시간에 때맞춰 방송에 나온 낙지족 콩나물 볶음이 눈에 어른 거려서 이 식당을 찾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밖에 분당과 일산 등 서울 외곽 신도시에서 온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 상당수는 TV를 함께 시청하던 가족 단위 방문객이었다. 하지만 방송을 본 쪽에서 친구들을 불러 모은 젊은층도 꽤 있었다. 어느 쪽이든 주로 이 날 방송에 소개된 낙지족 콩나물 볶음을 주로 골랐다. 진 샐러드 족발의 주메뉴인 족발은 오히려 외면당했다.

음식을 먹고 나서의 반응도 크게 엇갈렸다. 기대했던 것만큼 맛있다는 평이 있는가 하면,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도 나왔다. 젊은 또래 집단과 달리, 가족 단위 고객들 가운데 중장년 가장(家長)들의 평가가 비교적 박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아예 식당에 들어서면서부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방이나 주차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 가족은 ‘방송에 나온 식당들이 다 그렇지, 뭐’라는 자학적 평을 던지기도 했다.

30여평 안팎의 가게가 새벽까지 빈 자리 하나 없이 꽉 들어찬 것을 감안하면, 이날 오후 6시 이후에만 어림잡아 370여명이 이 식당을 찾았다. 진씨는 한사코 전체 매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평소 장사의 3~4배는 너끈히 된다고 귀띔했다. 장대비가 내리는 날 음식 장사가 대개 ‘공치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이보다도 더한 실적이라고 봐야 한다. 더욱이 방송 효과는 이날 하루로 끝나지 않는다. 전에도 몇 번인가 방송 효과를 톡톡히 봤던 진씨는, 방송에서 10분 분량이면 효과가 1주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다 방송을 탔던 식당이라는 구전 효과는 훨씬 더 오래 지속된다. 이쯤 되면 한반도를 할퀴고 간 태풍도 어쩔 수 없는 것이 바로 식당 선택에 대한 방송의 위력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전국의 수십만개 식당들이 방송 한 번 타 보려고 줄을 대고, 방송 탄 걸 알리는 광고물로 가게 앞을 어지럽히는 이유가 거기에 있었던 것이다.

이여영 기자 ▶이여영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yiyo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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