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출연 식당의 광고 효과는 태풍보다 크다
[중앙일보 2007-09-19 15: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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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곳, 돼지족발을 젊은 층의 입맛에 맞게 개량한 ‘진 샐러드 족발’만큼은 상황이 좀 달랐다. 손님이 없는 것은 여느 가게와 마찬가지였지만, 주인인 진용길(50)씨와 그의 아내는 부지런히 음식을 장만하고 있었다. 진씨는 마치 자신에게 다짐이라도 하듯 몇 번이고 거듭해서 “이제 곧 손님이 몰려올 것 같다”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우연찮게 이 곳을 찾은 기자로서는 이런 터무니없는 수요 예측의 근거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진씨는 이렇게 말했다.“못 보셨어요? 한 20분 전쯤 우리 식당이 방송을 탔거든요.” 아닌 게 아니라 이 족발집은 이날 SBS‘생방송 투데이’에 오후 5시 40분부터 10여분에 걸쳐 소개됐다. 낙지 요리 대결 코너에서 이 가게는 ‘낙지족 콩나물 볶음’이라는 신세대형 메뉴를 선보였다. 낙지와 돼지족발을 콩나물에 버무려 매콤하게 볶아 낸 것이다. 방송이 끝난 지 20여분이 지난 오후 6시 10분경까지도 손님의 발길은 여전히 뜸했다. 진씨의 예측은 빗나가는 듯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태풍 앞에서 방송쯤은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았다. 5분쯤 지났을까. 거짓말처럼 상황이 돌변했다. 가게 위치를 묻는 전화가 쇄도하기 시작했다. 전화를 끊기가 무섭게 잇따라 전화가 걸려왔다. 한 시간여 동안 받은 전화만 줄잡아 50여통에 달했다. 시차를 두고 문의 전화가 빗발친 것은 그만한 사정이 있었다. 간접 광고에 대한 규제 탓에 방송에는 식당 상호나 연락처를 적시할 수 없다. 제작진은 대신 해당 프로그램의 홈페이지에 이런 정보를 올려놓는다. 그러니까 방송을 본 다음 인터넷을 뒤져 연락을 해온 것이었다. 이튿날 새벽녘까지 이 식당을 포함해 다섯 개의 상호와 연락처가 소개된 방송 내용 정보의 총 조회 건수는 5000회를 넘어섰다. 근처까지 찾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인한 시차도 있었다. 방송 후 40여분이 흘렀을 즈음에야 손님이 밀어닥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단 손님이 들끓기 시작하자 이내 좌석이 동이 났다. 이런 상황이 폐점 시간인 새벽 2시까지 이어졌다. 방송을 보고 찾아온 손님들도 각양각색이었다. 이 날 가장 멀리서 찾아온 고객은, 가족과 함께 2 시간 동안 빗길을 뚫고 달려온 김재홍(43ㆍ안양시 만안구 석수3동)씨. 그는 “비오는 날 저녁 시간에 때맞춰 방송에 나온 낙지족 콩나물 볶음이 눈에 어른 거려서 이 식당을 찾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밖에 분당과 일산 등 서울 외곽 신도시에서 온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 상당수는 TV를 함께 시청하던 가족 단위 방문객이었다. 하지만 방송을 본 쪽에서 친구들을 불러 모은 젊은층도 꽤 있었다. 어느 쪽이든 주로 이 날 방송에 소개된 낙지족 콩나물 볶음을 주로 골랐다. 진 샐러드 족발의 주메뉴인 족발은 오히려 외면당했다. 음식을 먹고 나서의 반응도 크게 엇갈렸다. 기대했던 것만큼 맛있다는 평이 있는가 하면,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도 나왔다. 젊은 또래 집단과 달리, 가족 단위 고객들 가운데 중장년 가장(家長)들의 평가가 비교적 박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아예 식당에 들어서면서부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방이나 주차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 가족은 ‘방송에 나온 식당들이 다 그렇지, 뭐’라는 자학적 평을 던지기도 했다. 30여평 안팎의 가게가 새벽까지 빈 자리 하나 없이 꽉 들어찬 것을 감안하면, 이날 오후 6시 이후에만 어림잡아 370여명이 이 식당을 찾았다. 진씨는 한사코 전체 매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평소 장사의 3~4배는 너끈히 된다고 귀띔했다. 장대비가 내리는 날 음식 장사가 대개 ‘공치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이보다도 더한 실적이라고 봐야 한다. 더욱이 방송 효과는 이날 하루로 끝나지 않는다. 전에도 몇 번인가 방송 효과를 톡톡히 봤던 진씨는, 방송에서 10분 분량이면 효과가 1주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다 방송을 탔던 식당이라는 구전 효과는 훨씬 더 오래 지속된다. 이쯤 되면 한반도를 할퀴고 간 태풍도 어쩔 수 없는 것이 바로 식당 선택에 대한 방송의 위력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전국의 수십만개 식당들이 방송 한 번 타 보려고 줄을 대고, 방송 탄 걸 알리는 광고물로 가게 앞을 어지럽히는 이유가 거기에 있었던 것이다. 이여영 기자 ▶이여영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yiyoyo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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