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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삼성 이건희 vs 현대 정몽구 ‘전용기 공중전’ 내막

venhuh 2009. 4. 25. 02:22
[경제]삼성 이건희 vs 현대 정몽구 ‘전용기 공중전’ 내막

위클리경향 | 입력 2009.02.26 11:41 | 수정 2009.02.26 17:10 |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경영
'을 외치고 있는 삼성이 그룹 전용기 중 한 대를 매각하기로 하고 시장에 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항공업계와 그룹 전용기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전용기 3대를 보유 중인 삼성그룹은 이 중 글로벌 익스프레스 1대를 팔려고 비밀리에 시장에 내놓았고, 아직까지 매수자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무급 인사가 미국 시장을 겨냥해 매각을 추진 중이며, 내놓은 가격은 5000만 달러 선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삼성, 현대차, LG 등 국내 그룹 회장들의 전용기는 모두 5대로, 김포공항 2청사(국제선)의 원격주기장에 계류되어 있다. 2월 16일 확인한 결과 현재 삼성그룹의 전용기 BBJ2 1대와 글로벌 익스프레스 1대, 현대차그룹이 최근 조용히 도입한 전용기 BBJ2는 계류 중이고, 삼성의 글로벌 익스프레스 1대와 LG그룹 전용기 G550은 자리를 비운 상태다.

삼성의 글로벌 익스프레스는 현재 일본에 체류 중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애플, AT & T 등 미국 내 주요 거래처를 방문하기 위해 지난 6일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이용한 이후 이혼 사태가 터지자 국내에 들어오지 않고 일본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LG의 전용기는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2009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전시회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한 상태다.

정비인력 데려간 현대와 신경전

삼성은 지난해 4월 보잉사 BBJ2를 새로 구입하면서 기존 보유 기종인 BBJ1을 팔아 현재 글로벌 익스프레스 2대까지 총 3대를 보유하고 있다. 보잉의 B737을 비즈니스 제트로 개조한 BBJ2는 기내에서 인터넷 통신이 가능하고 회의실과 침대, 응급의료 설비를 갖추고 있다. 또 다른 보유 기종인 캐나다 봄바르디에사의 글로벌 익스프레스는 최대속도 마하 0.85, 항속거리 1만1390㎞로 한국과 미국을 논스톱으로 연결할 수 있다.

이 중 글로벌 익스프레스 1대가 시장에 나왔다는 게 항공업계의 전언이다. 그룹 측에선 구입 당시 비용을 보안에 부치고 있지만 항공업계에서는 인테리어 개조 비용까지 포함해 5000만~6000만 달러 선으로 보고 있다. 5000만 달러에 매각한다면 삼성으로서는 손해 볼 게 없는 장사인 셈이다.

삼성의 이건희 전 회장 전용기 매각 방침은 최근 그룹 최초로 전용기를 도입한 현대차그룹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삼성은 내다팔고 현대차는 사들이는 모양새다. 당초 2월 20일쯤에 들어올 것으로 보였던 정몽구 회장 전용기는 예상보다 이른 2월 12일 김포공항을 통해 들어온 것으로 취재 결과 밝혀졌다. 12일 들여온 이후 현대차그룹 관계자들이 "본격적으로 그룹 전용기를 론칭한다"며 관련 기관에 인사를 돈 것으로 파악됐다. 전용기 가격은 인테리어 비용을 포함해 8000만 달러 선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차의 전용기 구입은 엉뚱하게도 삼성과 자존심 싸움으로까지 번졌다. 현대차가 지난해 8~9월께 계약한 후 최근 들여온 항공기는 삼성이 보유한 3대 중 하나와 같은 모델인 BBJ2. 삼성그룹의 전용기를 관리하는 곳은 삼성테크윈으로, 이곳엔 항공기의 동체와 엔진 정비를 담당하는 기관기체정비사 2명과 계기판 등 전자 파트를 담당하는 전자정비사 2명 등 전용기 정비 엔지니어 4명이 근무 중인데 이 중 전자정비사 2명을 전용기 계약과 함께 현대차그룹에서 스카웃한 것이다.

때문에 두 그룹 간엔 내부적으로 신경전이 펼쳐졌다는 전언이다. 항공업계의 한 인사는 "그룹 전용기의 조종사나 정비사는 대개 공군 출신으로 민항기에서 경력을 쌓은 후 그룹에 들어가는 경우"라며 "스카웃할 수 있는 인력이 제한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삼성이 결원인 두 자리를 보충하지 않는 것도 매각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예상했다. 항공안전본부의 한 관계자도 "국내의 경우 기업 전용기가 몇 대 되지 않기 때문에 가용할 수 있는 인력은 한정되어 있다"면서 "아무래도 항공기 중에서도 전용기를 다뤄본 경력자를 선호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그룹 회장들이 전용기를 선호하는 까닭은 시간도 절약되고 업무 효율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용기를 이용하면 개인별 스케줄에 맞춰 항공 일정을 짤 수 있을 뿐 아니라 취항 여부에 관계없이 공항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갈 수 있어 시간을 아낄 수 있는 것. 간소한 출입국 절차만 밟고 바로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기 때문에 사생활 보장이 쉽고 안전하다는 장점도 있다.

삼성그룹 측 '전혀 사실무근'

이러한 장점 때문에 삼성그룹은 일찌감치 '글로벌 경영'을 외치며 3대를 보유하고, 이건희 전 회장은 물론 윤종용·이학수·이기태 전 부회장과 이윤우 현 부회장 등이 해외에 나갈 때 이용해 왔다. '반도체 신화' 황창규 전 사장과 이재용 전무도 단골 승객이다.

때문에 삼성이 전용기를 매각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항공업계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세계경기 위축 속에서 중고 비즈니스 전용기의 몸값이 치솟고 있어 이를 겨냥한 매각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신규 비행기 구입에 2~3년이 걸리는 시간적 문제와 아무래도 신규보다 투자비용이 적다는 것이 메리트로, 지난해 5월 LG는 '걸프스트림 G550(2003년식)'을 5000만 달러 선에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엔 이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마디로 구조조정 차원의 매각이라는 주장이다.

다른 견해도 있다. 우리 돈으로 650억 원 정도의 수입을 위해 삼성이라는 대그룹이 전용기 매각에 나섰겠냐는 이야기로, 2005년식 기종을 팔고 신형 기종을 사들이려는 포석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연식이 얼마 되지 않아 설득력은 다소 떨어지고 있다.

이처럼 항공업계에선 삼성의 전용기 매각 움직임을 간파하고 있지만 삼성그룹 측의 답변은 "전혀 사실 무근"이다. "그동안 매각이 아닌 신형으로 교체했으며 이번에 특별히 전용기를 매각할 이유가 없다"는 답변이다. 현재 그룹 전용기의 구입과 운용, 매각은 그룹 차원에서 진행되고, 운항과 정비 등 관리 책임은 삼성테크윈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측은 전용기 정비사 2명의 이동에 대해서도 사실을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현대차 측도 마찬가지다. "전용기 도입을 앞두고 인력을 보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디 출신인지는 개인 프라이버시 문제기 때문"이라는 게 현대차 측의 입장이다.

< 글·조득진 기자 chodj21@kyunghyang.com >
<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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