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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동대문 패션을 웹쇼핑에 모신 맹렬 ‘구 대리’

venhuh 2008. 4. 8. 09:10
CEO 동대문 패션을 웹쇼핑에 모신 맹렬 ‘구 대리’

G마켓 구영배 사장
온라인 직거래 도입해
패션 아이템으로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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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한 물건이 어디까지 왔는지 알려주는 ‘물품 위치 확인 서비스’, 살펴봤던 상품을 정리해 오른쪽 구석에 보여주는 ‘내가 본 물건’….

구영배(42·사진) G마켓 사장이 온라인 쇼핑몰에 처음 도입한 서비스들이다. 지금은 모두 업계 표준이 됐다. 그래서 그를 ‘아이디어 뱅크’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트러블 슈터’(문제해결사)라고 생각한다. “일을 하다 보면 늘 문제가 생겨나기 때문에 고민하면서 답을 찾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원래 ‘오일맨’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1991년 미국계 석유 탐사회사 슐름베르거에 들어갔다. 이 회사의 고객은 BP나 셸과 같은 메이저 석유회사들. 근무지는 대부분 오지였다. 당연히 일이 고됐다. 더 힘든 것은 오일 탐사에선 언제나 말썽과 문제가 일어난다는 점이었다. 일이 힘들어 99년 서울대 선배인 이기형 인터파크 회장의 권유로 낯선 정보기술(IT) 업계로 방향을 틀었지만, 더 고된 일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첫 작품은 G마켓의 전신인 구스닥. 증권시장을 모델로 한 온라인 쇼핑몰이다. 판매자와 소비자가 각각 원하는 가격을 제시하면 맞아떨어지는 조합을 찾아 연결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냉담했다. 2003년 여름 18억원의 자본금과 투자금을 거의 다 까먹고 몇 달치 판매관리비만 남은 상태였다. 살아날 방법을 모색해야만 했다.

그는 그해 10월 오픈마켓이란 새 거래 방식을 시작했다. 후발 주자였기에 무언가 달라야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옥션의 개인 간 경매와 다른 전문 판매자-소비자 거래 위주의 즉시구매 방식이었다. 특히 패션에 집중했다. 이전까지 온라인에선 의류는 재고를 헐값에 처분하는 것으로 인식됐다. 소비자는 입지 않고선 옷을 안 산다고 믿었고, 또 재고 부담도 컸다. 그런데 그가 이러한 선입견을 깼다. 온라인 쇼핑몰이라서 다품종 소량생산에 유리했고 재고가 더 적었다. G마켓 직원들은 근무를 마치면 새벽에 남대문·동대문 시장을 찾아다니며 상인들에게 입점을 권유했다. 등록수수료를 없애고 판매수수료도 내렸다. 2005년 3월 하루 거래 건수가 10만 건을 돌파한 뒤 G마켓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1000건을 넘었다고 기뻐한 게 불과 몇 년 전 일이었다.

그의 별명은 ‘구 대리’. 실무를 잘 알고 직원들과 스스럼 없기 때문에 붙여졌다. 일단 확신을 가지면 저돌적으로 밀어붙인다. 물품 위치 확인 서비스의 경우가 그렇다. 주위에서는 택배회사 컴퓨터 시스템과 연동해야 한다며 고개만 저었다. 그러나 그는 단순히 택배회사 홈페이지의 조회 내용만 가져와도 된다고 주장했다. 먼저 가능한 방법으로 시작한 뒤 개선책을 마련하는 게 그의 스타일이다.

그는 G마켓의 경영자이자 단골 고객이다. 옷과 생활용품, 전자제품, 가구는 꼭 G마켓에서 산다. 불만이 있을 땐 소비자 입장에서 고객센터에 직접 전화해 반품을 요청한다. 그는 “집사람은 워낙 깐깐하게 따져 회사에선 ‘악성 고객’으로 분류돼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G마켓을 글로벌 기업으로 만들려 한다. 올해 일본 시장에 본격 진출하고, 온라인 쇼핑몰의 본고장 미국 시장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기획 단계부터 소비자 요구를 생산자에게 전달하는 거래 시스템을 만드는 게 그의 꿈이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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