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 &] 그들이 수입차에 푹 빠진 이유는? | ||||||
전시장 같은 주차장…저 희귀한 차는 어디서 샀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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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점심시간을 조금 넘긴 오후 1시께 국내 부촌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압구정동의 현대백화점을 찾았다. 평일인 목요일인데도 800여 대 차량을 수용할 수 있는 지하ㆍ옥외주차장이 그야말로 발디딜 틈 없이 차로 빽빽하게 채워져 있다. 쇼핑객들은 주차할 장소를 찾느라 정신이 없고 주차장 입구에서는 밸릿파킹(주차대행 서비스) 요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백화점 후문 주차장 입구에 서서 쇼핑하러 들어오는 차 브랜드를 살펴봤다. 벤츠→벤츠→르노삼성 SM7→BMW→폭스바겐→현대 에쿠스→아우디→렉서스→혼다→크라이슬러. 10대 차량이 줄줄이 들어오는데 국산차는 에쿠스와 SM7 두 대뿐이다. 백화점 후문 바로 앞에 밸릿파킹 장소에는 메르세데스-벤츠 전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2억6000만원이 넘는 S600 등 벤츠 10여 대가 주차돼 있다. 판매가가 3억원에 육박하는 벤틀리 컨티넨털 플라잉스퍼와 1억원을 훌쩍 넘는 GM의 초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에스컬레이드도 떡하니 버티고 있다. 고가 명품 스포츠카인 포르쉐도 보인다. 옥외주차장으로 내려가 봤다. 어림잡아 주차된 차 절반 이상이 수입차다. 쭉 돌아보니 벤츠, BMW, 아우디, 렉서스, 닛산, 인피니티, 혼다, 폭스바겐, 재규어, 크라이슬러, 푸조, 포르쉐 등 국내에서 돌아다니는 수입차는 종류별로 다 모여 있다. 심지어 국내에 거의 유통되지 않는 GM의 또 다른 브랜드 GMC의 픽업트럭형 차와 일본 다이하쓰 코펜까지 등장했다. 부자들이 많이 산다는 압구정동, 그리고 그들이 빈번하게 쇼핑을 즐기는 현대백화점 주차장은 이처럼 수입차 천국이다.
10일 압구정동 현대백화점에서 만난 박 모씨(여ㆍ42)는 최근 세금까지 합해 약 4500만원을 들여 수입차족으로 화려한 변신을 했다. 근 10년 이상 국산차만 타던 박씨였지만 국산차를 오래 타다 보니 수입차로 바꾸고 싶은 생각이 갑작스럽게 들었다고 한다. "국산차를 오래 탔고 국산차 성능에도 큰 불만은 없었어요. 그러나 남들과 다른 디자인을 찾다 보니 수입차로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더라고요. 몇몇 친구가 타고 다니는 수입차 디자인이 예뻐 보이기도 하고…." 그런 박씨도 집 근처에 있는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을 찾을 때마다 다양한 브랜드의 수입차 행렬에 놀란다고 한다. 다들 어디서 저렇게 다양한 수입차를 구입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단다. 하지만 `수입차 메카`로 불리는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은 이제 더 이상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최근 수년 새 대폭적인 가격 인하와 참신한 마케팅 기법으로 무장한 수입차업체들의 적극적인 판매공세로 수입차 문턱이 낮아지면서 수입차 대중화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꼭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을 찾지 않더라도 도심 어디에서도 쉽게 수입차를 접할 수 있게 되면서 현대백화점의 특별함(?)은 사라지고 있다. 수입차가 지나가면 사람들이 호기심을 갖고 눈을 돌리던 것도 이제는 옛날 얘기가 됐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은 국내 공식 수입차 업체들에는 중요한 장소였다. 수입차업체 본사 직원이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꼭 한 번씩 들르는 순례코스(?)였다. 정우영 혼다코리아 사장은 "국내 수입차업체들이 3~4년 전만 하더라도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을 국내 수입차시장 성장잠재력을 보여주는 교육장소로 활용해왔다"며 "나도 일본 혼다 본사 직원이 한국을 찾을 때마다 이 직원을 현대백화점 주차장에 꼭 데려가 `수입차가 이렇게 많이 팔리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듯이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정 사장은 "그러나 이제는 서울 시내는 물론 지방을 가더라도 쉽게 수입차를 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더 이상 본사 직원들을 현대백화점 주차장에 데려가지 않는다"며 "일부러 특정 장소에 데려가 보여주지 않더라도 한국 수입차 수요기반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본사 직원들이 모두 잘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산에서 의류도매업을 하는 김억중 씨(42)도 수입차를 국산차와 차별해서 볼 필요성이 이미 사라진 것 같다고 말한다. 김씨는 "기아차 쏘렌토 가격도 3000만원을 넘는데 요즘은 수입차 값이 떨어지면서 3000만~4000만원짜리 수입차도 많은 것으로 안다"며 "과거와 달리 수입차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구매대상 중 하나가 되면서 이제 한국차, 수입차를 구분하는 것 자체가 우스워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수입차시장 저변이 무서울 정도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 급격한 수입차 시장점유율 확대는 현기증이 일어날 정도로 가파르다.
손창규 인피니티 전무는 "최근 수입차 수요 증가세를 놓고 볼 때 앞으로 2~3년 내 마의 10% 점유율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매출액 기준으로 보면 수입차 시장점유율은 더욱 높아진다. 김소림 자동차공업협회 상무는 "수입차 시장점유율이 대수 기준으로 5%지만 판매액 기준으로 보면 15%에 달한다"며 "특히 3000㏄ 이상급 시장에서는 수입차가 전체 시장에서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입차가 이처럼 거침없는 질주를 하는 데는 그 만한 이유가 있다. 일단 선택폭이 커졌다. 국내 수입차 시장이 커지면서 수입차업체들이 앞다퉈 신차를 한국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2000년 국내시장에 첫선을 보인 수입차 모델은 10종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매년 70~80개 신모델이 국내시장에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오경희 푸조 마케팅팀장은 "디젤차가 베스트셀링 톱10 안에 들고 1년에 1000대 넘게 팔릴 거라고 2~3년 전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며 "고객 욕구가 다양해지면서 수입차 시장 확대가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수입차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수입차 가격 인하에 나선 것도 수입차 시장점유율 확대에 한몫 단단히 했다. 국산차보다는 조금 비싸지만 비싼 만큼 좀 더 브랜드 가치를 느끼고, 개성을 표현하고 싶어 하는 운전자들이 선택하는 차들이다. [박봉권 기자 / 박인혜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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