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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툰, 인터넷을 지배하다

venhuh 2008. 1. 8. 10:13

카툰, 인터넷을 지배하다

쿠키뉴스|기사입력 2008-01-07 09:17 |최종수정2008-01-07 09:34 기사원문보기


[쿠키 톡톡] 타이밍, 애욕전선 이상없다, 마음의 소리, 나비효과, 야마꼬툰…

제목만 보고 이들이 무엇인지 알았다면 적어도 당신은 대한민국의 네티즌임에 틀림없다. 지금 대한민국
인터넷을 쥐락펴락 하고 있는 내로라하는 인터넷 카툰들이다.

음악, UCC, 각종 서류 작업 등 인터넷과 함께 발전한 다양한 분야가 있지만 카툰만큼 비약적인 발전을
한 분야도 없다. 각종 포탈사이트의 ‘나도 만화가’ 코너에는 수십명의 아마추어 작가들이 자신의 실력을
뽐낸다. ‘괴물2’의 시나리오 작업을 맡은 강풀, ‘애욕전선 이상없다’의 고필헌, 케이블 TV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위대한 캣츠비’의 강도하 등 스타들도 탄생했다.

이들 작가들은 적어도 네티즌들한테는 스타고 우상이다. 각종 유머사이트에는 그림판으로 어설프게
그려놓은 생활화(畵)들이 차고 넘친다. 한때 ‘만화따위’로 치부됐던 카툰이 인터넷 문화의 핵심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뮤직비디오? 이젠 뮤직카툰= 최근 인터넷에는 ‘뮤직카툰’이 인기다. 뮤직 비디오를 연상하면 쉽다.
유명 음악에 자신이 직접 그린 만화를 얹어놓는 카툰이다. 뮤직비디오가 전문가들에 의해 만들어진
콘텐츠라면 뮤직카툰은 수용자들이 새롭게 해석하는 음악인 셈이다.

뮤직카툰은 유명 인터넷사이트 디시인사이드의 카툰 연재갤러리에서부터 시작됐다. 네티즌 Oculus가
전설적인 그룹 퀸(Queen)의 명곡 ‘Spread your wings’를 바탕으로 그려낸 만화는 지난해말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그는 이어 이글즈의 호텔 캘리포니아 등 명곡들을 재해석해 그림으로 그려냈고 그의
작품들은 수많은 네티즌을 매혹시켰다. 명곡의 음율, 강하고 수려한 그림체, 한편의 시와 같은 가사가
어우러지면서 국내 뮤직비디오의 ‘사랑놀음’에 지쳐있던 수많은 네티즌을 매혹시켰다.

네티즌들은 Oculus가 직업 만화가일 것으로 추측했지만 그는 카이스트에 다닌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전문영역이었던 카툰의 세계가 생활세계로 내려온 것이다.

◇카툰?직업보다 좋은 취미= Oculus는 산업디자인 전공을 꿈꾸는 카이스트 1학년 학생이다. 전공에
맞춰 디자인 연습을 하다가 카툰의 세계로 ‘빨려들었다’. 처음에 친구에게 노래를 소개해준다는 생각으로
그린 그림이 인터넷에서 큰 인기를 얻자 후속작품들을 그리게 됐다.

작품선생님? 없다. 그저 좋아하는 만화 따라 그려보고 책 한권사서 연습한 것이 전부다. 그에게 카툰은
‘직업보다 좋은 취미’다.

Oculus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는 조상영(20)씨는 “만화만 잘그린다고 카툰을 연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항상 소재부족에 시달리고, 여유도 없다. 그러나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만화 소재는 차고
넘치고, 간단한 작업으로 작업을 끝낼 수도 있다”며 “카툰은 인터넷 발전의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영역”
이라고 말했다.

현재 조씨는 아르바이트로 출판사에서 서적에 삽화를 넣는 일을 하고있다. 그의 작품을 보고 반한
출판사 측에서 그의 블로그로 직접 작업을 의뢰했고, 그는 흔쾌히 승락했다. 조씨는 “조만간 영화로도
개봉될 작품인데 아직 국내에 널리 알려진 책은 아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인터넷 카툰에 대해 “만화책과는 다르다”고 못박았다. 그는 “워낙 많은 사연이 인터넷에 올라와
있다보니 영감을 얻을 수 있는 부분도 많고, 특별한 형식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다양한 장르가 공존하고
있다”면서 “음악을 넣는다든지, 긴 세로 스크롤로 인해 책장을 넘기는 것과는 다른 손맛을 느낄 수
있다던지, 그런 다양한 개성 덕분에 인터넷 카툰도 하나의 문화로 인정될만큼 커졌다”고 평가했다.

쿠키뉴스는 조씨의 허가를 받아 ‘Spread your wings’를 싣는다. 현재 컴퓨터에 퀸의 동명의 노래가
있다면 보기 전에 플레이해두는 게 좋다. 하지만 직장이라면 조심해야한다. 당장 사표를 쓰고 나가고
싶은 충동을 느낄 수도 있으니까.


‘Spread your wings’ 작품 보기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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