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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 꿈꾸던 고교생의 '시네마 천국'

venhuh 2008. 1. 6. 04:28
투수 꿈꾸던 고교생의 '시네마 천국'
[조선일보   2007-10-15 05:01:46] 
이병수군 단편영화, 부산영화제 본선 올라 “어깨 다쳐 운동 그만둔 사연 시나리오 썼죠”

야구 투수를 꿈꾸던 열네 살 소년은 무리한 연습 때문에 어깨가 망가졌다. 인생 최초의 패배였다. 소년은 그때의 기억을 가져다 한 편의 영화로 만들었다. 그리고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본선 경쟁 부문에 고등학생으로서는 최초로 초청받았다. 25분짜리 단편 영화 ‘젊은 날의 초상화’를 만들어 12일 폐막한 부산영화제의 ‘프로그래머의 시선 2’ 부문에 올랐던 이병수(18·안양예고 3)군의 이야기다.

이군은 “수상은 못했지만 본선 진출한 것만 해도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1에서 고2로 넘어가던 지난해 2월 각본과 연출을 도맡아 디지털비디오(DV)로 영화를 촬영했다. 이 영화는 아무리 노력해도 친구인 주전 골키퍼를 따라잡지 못해 좌절하던 중3 후보 골키퍼가 우정을 버리고 골키퍼의 장갑까지 훔치고 마는 이야기다. 이미 지난해 청운영상제 대상, 대한민국청소년미디어대전 우수상을 비롯해 11개 대회에서 상을 휩쓸었다. 이군은 이밖에 2005년 단편 ‘애나 어른이나’로 대한민국청소년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기도 했다.

이군이 영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중학교 2학년 때. 부천의 한 중학교 야구부에 스카우트돼 갔다가 어깨를 다쳐 고향인 경기도 김포의 분진중학교로 돌아왔을 때다. 당시 방송반을 맡고 있던 박중수(영어) 교사의 권유로 카메라를 처음 잡았고 ‘좀더 많은 메시지를 담기 위해’ 캠코더에 손을 댔다. 중3 때 그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육교에서 투신하는 학생의 이야기를 6㎜ 캠코더로 담아 첫 영화 ‘낙화(落花)’를 만들었다.

이번 영화 속 경기 장면을 찍은 열흘은 그에게는 100일보다 더 길었다. “촬영 중 갑자기 펑펑 눈이 내리기도 하고…. 마지막 촬영 직전엔 카메라 렌즈가 축구공에 맞아 깨지기도 했어요. 배우 중 한 명이 새벽 촬영을 하다가 호흡 곤란으로 쓰러져 실려 갔을 때는 정말 영화를 접어야 하나 생각하기도 했어요.”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이 조숙한 소년은 또 한 번 쓰라림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에 주역인 후보 골키퍼 역을 맡았던 친구(권혁탁·안양예고 3)가 백혈병으로 투병 중이에요. 오늘 골수 이식 수술을 받았다는데 살 확률이 반반이래요. 제발 완쾌됐으면 좋겠어요….”



고교생으로서는 최초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이병수군이 부산국제영화제에 다녀온 소감을 말하고 있다. /곽아람 기자

[수원=글·사진 곽아람 기자 aram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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